비행 일지

|  회원의 비행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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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평생 처음가보는 리그전이다

 물론 리그전에 대한 간접경험이 쪼메는 있다.

 군에 가기전 소시적에 사진찍는 리그전 - 리그전 초창기엔 웨이포인트마다 사진을 찍어서 그걸로 판독해서 순위를 결정하는 리그전이 있었다... 그땐 지도판 끼고 댕기면서 비행하고 사진찍고... 선수들 조낸 멋있어 보였다.- 에 구경댕긴적 한번...

 제대 후엔 행구리 형님따라 행구리 리그전 - 전국 행구리 리그전선수는 잘해야 열다섯명이 전부인 조촐한 가족같은 리그전이다.-에 몇번 따라 댕긴적이 다였다.

 

 99년 4월에 처녀비행한지 꼭 12년후 4월에 드뎌 리그전 처녀출전을 한다는 것이다.

 다소 부끄럽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 리그전이라 나름 의욕도 앞서고 용기도 백배된 기분이다.

 함께 가는 멤버는 변함없는 우리의 '탑손-손팀장님'과 함께 처녀출전인 '쉐프 리-석현형님' 그리고 나 이렇게 용기백배 도원결의... 머 이렇게 결성되었다.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16일 토욜부터 경기가 있어 그날 새벽에 출발키로 했는데, 그닥 잠이 오질 않는다.

 어쩌면, 새로운 곳으로 소풍 혹은 모험을 떠나는 아이처럼 설레이는 기분에 빠져 잠을 자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00시부터 석현 형님께 전화해서 사무실에서 보자고 때쓴다.

 사무실에서 만난 우리는 각자 간단한 볼일도 보고, 나도 매번 끊어 먹는 엑셀레이터의 재정비도 하고, 후딱시간이 지나 3시 반에 출발을 하였다.

 물론 곤히 주무시는 손팀장님을 깨웠음은 만무할리가 없다.

 

 잠깐잠깐씩 교대 취침을 하면서 보성 활공장에 도착하여 쉴틈없이 waypoint 다운 받고, 사람들과 안부를 나눈후 곧장 이륙장으로 향한다.

 저멀리 바다가 보이고, 좌우로 크게 리지가 이어지는 멋스러운 이륙장...

 오전 바람 아주~~ 부드럽다.

 바람이 좋은만큼 코스역시 과감하다 67킬로...

 허허~~ 그정도 거리라면, 구지서 뜨면 영대 찍고 영천꺼정은 가야할텐데... 싶다.

 정신없이 루트 입력하고, 첨하는거라 요고 쫌 어렵다. 근데 뭐.... 예전 메뉴얼보고 공부함 해본기 있어선지 대충감은 잡히더라.

 

 점점 강해지는 바람... 허나 예정대로 게이트 오픈...

 나름 다 한가닥하는 선수들이지 싶다.  줄줄이 숨도 안쉬고 뛰쳐나간다.

 그때부터 정신없다 우리도 빨리나가자 싶다.

 다음차례가 되어 장비를 깔고 나가려는 찰라 우리의 손팀장께서 저지하신다.

 "시몽아~~ 5분만 지켜보자."

 초보인 내가 뭘 알겠누... 일단 깔던 장비 고스라니 주서 모아서 뒤로 뺀다.

 아니다 다를까 먼저 나간 글라이드 들이 머리위에서 떡하니 멈춰서있다.

 바람이 씨긴 마이~~ 씬갑다.

 

 다음순간 통제팀에서 비행중인 선수들에게 기상 문의를 한다.

 레벨2가 나왔다. -이것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험도인것 처럼 비행하기 위험도인듯 하다. 레벨1부터 3까지 있다.-

 그리고 몇분이 지나지 않아 레벨3가 나왔다. 아무래도 포기하는게 인지상정이지 싶다.

 그래도 선두그룹의 탑클라스 선수들은 또 무전을 날린다. 레벨3리는 무슨~~ 이건 레벨2라고...

 참~~지독하다...

 

 결국 대회는 캔슬되고, 대구 지역 사람들 모지서 마음편안하이 남들 비행하는거 구경을 시작한다.

 참~~ 볼거리는 많다.

 동네비행서는 천지 볼일없는 보조산 터트리기, 와류권서 헤메기, 얻어맞아가며 마구잡이 소아링하기...

 대회가 취소되어 자유비행체제인데도 마구마구 뛰쳐나가는 무시무시한 선수들....

 이륙장 앞에 큰 능선이 있다. 이놈이 그 심란한 와류의 주범인데, 이 놈만 넘어서면 해안풍인지라 바람도 깨끗하고 그렇저렇 좋다.

 우리는 선수들이 어떻게 그 와류지역을 넘어서는지 보는게 참 잼있었다.

 "저 능선이 지옥문인기라~~ 저거만 넘어서면 꽃바람부는 천당으로 날아 오르는기고~~ 저거 못넘어뿌면 고마 생지옥으로 떨어지는기라~~"

 카면서 한참 남들 비행하는거 구경한다.

 

 오후가 늦어지고 밤잠설친 피곤함이 몰려온다.

 내려가서 일찍 쉬고 싶다는 맘으로 글라이드 접는 와중에 석현형이 나가자 카신다.

 가마 보이 바람이 한결 부드럽다. 그 놈의 와류지역을 넘어서는것도 이제는 쉬어 보인다.

 숨도 안쉬고 잽싸게 이륙하여 슬쩌기 얻어 맞으며 와류존을 넘어서서 시원하이 고도 잡고 릿지 비행을 즐기며 늦은 오후의 편안한 해안비행을 마친다.

 

 여담이지만, 비행 중 구름 -해무라고 하는게 맞겠다.- 에 헤딩하는 글라이드가 서너대 있더라 따라 올라가려고 쫓아가서 들이대는데 난 왜케 어렵던지...

 포기하고 내려왔더만, 그 세대 중 한대가 석현형님이었더라는...

 아~~ 완전 부러웠다. 저것만 찍었으면 오늘 한판 멋지게 마무리 짓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