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일지

|  회원의 비행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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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 17일

 

 다음날 아침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만큼 상쾌하다.

 공기 좋은 곳에서 잠을 자선지...

 전날 밤 좋은거 먹고 푹자서 그런지...

 술을 쪼메만 묵어서 그런지...

 여튼 아주 좋타!!

 

 어제보다 거칠지도 모르는 기상예보인지라 오늘은 일찍 경기를 진행하려는지 예정보다 일찍 소집령이 떨어졌다.

 일찍 이륙장에 올라 번개불에 콩볶듯이 밥돌리고, 브리핑들어간다.

 이륙장 -> 이륙장 좌측능선 1포인트 -> 들판넘어 운동장 2포인트 -> 이륙장 3포인트 -> 이륙장 좌측능선 1포인트 가 4포인트 -> 들판 건너 구릉지 산 넘어 어디가 5포인트 -> 보성읍내 최종 목적지

 이렇게 간단한 triangle 비행후 보성읍내로 째기...

 총 37킬로 타스크가 주어졌다.

 

 같은 시간대비 바람이 어제보다 더 거친느낌이다.

 허나 풍향이 어제와는 다른지라 괜찮을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확실히 노련한 우리 손팀장님, 숨도 쉬지 않고 장비 세팅하시고 당장이라도 이륙할 만반의 준비를 완료하신다.

 덩달아 나도 세팅완료 후 브리핑 및 루트 입력을 한다.

 

 이내 게이트 오픈되고 선수들 줄줄이 나간다.

 어제의 여파가 있어선지 오늘은 어제만큼 서로 먼저나가려고 서두르는 느낌은 또 없다.

 사실 어제보다 약간은 더 센 느낌도 있고...

 동네비행이었다면 난 애시당초 출석도 않했을거다...ㅋㅋ

 허나 일단 넘들도 뛰쳐나가는 걸 본 이상, 나도 성질은 급하다.

 남들 머뭇거릴때 슬쩍 세치기해서 내 장비를 던져 펼쳐버린다.

 

 라이저 업과 동시에 펄쩍 튕겨 오르며 이륙해 어제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 놈의 지옥문을 어제보다는 더 씨게 후닥거리며 넘어선다.

 다음순간 쭉 빨아올리며 또한번 후닥거리며 계속 후닥거린다.

 이륙장 앞이 별론가 싶어 몇군데 누벼보니 그나마 이륙장앞이 젤 잘 띄워 주는거 같다.

 몇번 후닥 거리니 나도 지긋히 아랫입술을 깨물며, ㅆㅂ것~~ 어디 ㅈ되보자!!!~라고 중얼거리며, 미친망아지 잡듯이 전보다 강하게 조종줄을 후린다.

 어느정도 힘들게 버티다 보니 대충 기상에 적응은 된것 같다.

 

 거칠고 온방에 열이긴 한데, 설상 띄어주는건 800정도가 한계다. 물론 더 위에 있는 글라이더도 있긴했지만, 그만큼 드레프트도 많다...

 큰 드레프트 없이 800에서 1포인트로 내다 지른다.

 글라이드가 자꾸 툴툴거려 엑셀을 한 50프로 즈려시 밟아준다. 차라리 이게 낫더라. 툴툴거릴 값이라도 후딱 툴툴 거리고 마니깐...

 아니다 다를까 1포인트 반도 못가서 고도 다가먹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성급한거 아닌가 모르겠다. 여기서 낙되면 골때리는 생지옥 와류권으로 가야되는데... 라며 또 머리 굴린다.

 저기 돌무더기 햇볕 잘 받는 곳... 일단 들이 되니 쪼옥 올려준다.

 숨쉴 틈도 없이 몇바퀴 휙휙 돌리니 곧장 능선 위의 안정권으로 올라서며 더 올라가자고 야단이다.

 오늘 기상에 900이상은 없는데 800가까이 잡았으면 됬다는 생각에 고마 무시하고 1포인트로 날아간다.

 능선을 올라타고 나니 그닥 침하도 없고 미끈하이 1포인트 도착, 삐릭삐릭 반겨준다.

 

 다시 2포인트 턴~~ 들판 한가운데 있는 운동장이라는데, 멀리 보이는 저놈인가 싶다.

 앞에가는 글라이드 따리 몇바퀴 돌리는데 앞에가는 글라이드는 자꾸 엉뚱한 곳으로만 가는거 같다. 이어지는 능선으로 가면 열이야 좋지만 딴길로 세는것만 같더라.

 그 분 배신하고 다른 분을 따라간다.

 그 분도 따라가다 보이 고도도 자꾸 까이고 낙되고 있다. 그 분도 배신하고, 뒤돌아서서 아까 띄어주던데로 되돌아가서 몇바퀴 더 돌려 고도 쫌 더 만들고 다시 저 앞에가는 다른 분 보고 또 따라간다.

 GPS 보이 충분한 L/D와 속도가 나는거 같아 만족스런 기분에 일단 전진한다.

 한참가니 산도 멀어지고, 행여나 싶은 노파심이란게 있어 중간에 띄워 줄때 마다 슬금슬금 몇바퀴씩 맛보면서 달려든다.

 2포인트 삐리릭 신호가 온다.

 그리고 이내 그 근처서 반가온 상승음이 들린다.

 가차없이 서른마흔 다섯 바퀴 쯤 돌려 준수한 고도를 만든 후 3포인트인 이륙장방향으로 내 달린다.

 

 이륙장 앞 능선 5부 쯤 붙는다.

 생각보다 잘 안뜬다.

 수차례 부비고 비비고 문대고 하다 보니 슬금슬금 고도를 챙기고는 드뎌 한바퀴 마저 돌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느낀건데 내 돌고 있으면 꼬옥 들러붙는 놈들이 있다.

 첨에는 상당히 성가셨는데 이제는 사이 좋게 나눠 먹는다.

 머 닳는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이륙장으로 들러붙어 삐릭 소리를 한번더 듣는다.

 역시나 이륙장 앞이나 그 근처는 딴데보다 더 거칠다.

 빨리 고도 잡고 아까의 1포인트로 들러 붙어야 하는데, 한번 가보이 영~ 까이는게 불안타.

 다시 되돌아 와서 아까보다 쪼메 더 잡는다.

 이상하게 잘 안잡힌다.

 맘 같아선 한 1000정도 잡고 싶은데, 800잡기도 힘드니...

 이판 사판이다. 아까 거기서 잡지뭐... 싶다.

 능선타고 슬슬슬 떨어지며 직선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까 그 자리 그 돌무더기 열... 역시나 나를 반긴다.

 이거 사람들이 잘 모르나 싶다.

 이 좋은걸 놔뚜고 저 앞으로 나가 낙대고 얻어맞고 하는지...

 한 방에 능선에 올라타고, 능선따라 날아가며 고대로 삐릭 소리 듣는다.

 

 다음 포인트로 가려면 큰 벌판을 넘어야 하는데 일단 이륙장으로 되돌아 가는게 급선무다.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 인데...

 이륙장으로 왔던길 따라 그대로 가느냐, 2 포인트서 붙었던 이륙장 앞 능선으로 둘러 가느냐...

 어제 보니 왔던길 그대로 왔던 선수는 다 올 때쯤 쪼로록 낙되고, 이륙장 앞 능선으로 돌러가는게 대세인것 같긴 하고...

 이거 쫌 고민된다. 문득 어제와는 바람 방향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륙장앞 능선으로 그대로 질러가도 어제처럼 와류에 후닥거리며 낙될 확륙은 낮을 것이다 막연한 결론이다.

 또한 벌판으로 둘러간다면 되돌아 올길도 없이 낙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라면 가쟈!!!

 왔던 길 되돌아 가자는 작전을 펼친다.

 중간에 띄어주는거 한따이 잡고 정공으로 찌른다.

 역시 싱크도 심하고 순식간에 고도 다 까먹고 이륙장 뒤편으로 6부쯤 까지 떨어졌다.

 참 이상한건 순간 낙이구나 싶은 생각보다 우짜든둥 잡아 올리자 싶었다.

 능선타고 후비다 보니 한마리 떡하니 걸린다.

 이건 생각할 겨를도 없다.

 바로 좌턴으로 감아친다.

 서너바퀴 만에 이륙장 바로 위로 떠오른다.

 

 갑자기 신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선수들 다~~ 따돌리고 조낸 빨리 여기까지 온것이다.

 내심 씨익 웃으며 이륙장에 모여 다니는 글라이드들 사이로 합류한다.

 역시 이륙장... 잘 뜨도 않하면서 거칠기만 거칠다.

 

 이맘때면 개활지 넘어 다음 포인트로 가려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별로 없다.

 아니 현재 시야에 있는 글라이드는 딱 한대 있다.

 순간 양쪽 눈에 배추찌짐이 한판씩 떡하니 들러붙는다.

 가자!!! 자 아까부터 같이 댕기던 분인데 쫌 타는것 같던데~ 다른 분은 모르겠고 저 분만 믿고 가보자

 지금 내 먼저 지르고 가서 골에만 가면 순위권도 가능하다!!!

 당초 목표였던 "최종목적은 시간이 아니라 완주다!!"에서 이제는 "먼저 돌격해서 골을 끊으면 나도 용된다!!!"로 바뀌었다.

 지나친 의욕과 승부욕은 당초의 목적를 잃어 버리고, 나를 눈에 뵈는게 하나 없는 용자-인터넷용어 무식하고 용감한 싸나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륙장에 계시던 손팀장과 잠시 조우하고 "먼저 갑니데이~"라는 인사를 마치며 휑하니 오른쪽 능선으로 달려 날아간다.

 

 어제 확인했던 철탑앞에 역시 띄워준다.

 대충 잡아도 800은 넘게 고도가 잡힌다. 게다가 나가면서 계속 띄어준다. 승승 장구다.

 앞서 가던 그놈도 뒤돌아 오더니 몇바퀴 더 감아서 같이 날아간다.

 저 멀리 만트라로 보이는 한대는 벌써 찍고 보성읍으로 가는지 시원하이 날아간다. 역시 고도 좋고 L/D 좋다.

 멀긴 멀더라. 고도가 거의 바닥을 친다. 엑셀도 50프로 밖에 안밟았는데 더밟을걸 그랬나 싶다.

 앞서 가던 그 분은 오른 쪽 돌산에 나보다 먼저 붙어서 고전고전한다. 분명 와류도 거칠고 그런 자리다 그자리가...

 난 낙되고 있는 그 분을 보고 씨익 웃으며 그 맞은편 나즈막한 야산에 붙어 본다.

 여기도 거칠긴 거칠다.

 한번 띄우고 한번 떨어지고, 한번 띄우고 한번떨어진다.

 바람도 열라 씨다.

 아~~ 이거 어렵다.

 몇번 부비다가 한바퀴 잘못 돌린게 한방 맞고선 찌리릭 거리며 바로 떨어졌는데 고도 회복이 안쉽다.

 그리곤 그 밑에 논에 조심스레 내린다.

 

 착륙장 내리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도시락부터 꺼내어 김밥을 우적우적 먹으며 뒤에 날아오는 글라이드들 구경한다.

 한무더기씩 한무더기씩 날아오더니 내가 붙던 그자리에서 열을 잡는다.

 걔들은 고도도 많이 잡고 왔나보다. 여유 있게 고도 붙인 글라이드도 있고 가까스로 붙여 빤히 낙되는 글라이드도 있다.

 몇 무더기 와서 노는거 구경 다 하고, 밥 다 먹고 나니 손팀장님이 홀로 넘어오신다.

 간단히 무전으로 인사하고 손팀장님도 똑같이 애먹는걸 보면서 참 아쉽구나 싶었는데, 역시 우리 손팀장님 골인하셨단다!!!

 

 밥 다~~ 먹고, 장비다 챙기고, 정신도 다시 챙기고,

 픽업차 타면서 소식을 듣다 보니 스물명이 넘게 완주하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뜨!!!

 내 밥묵고 있는 사이에 지나갔던 그 무리들이 역시나 골에 들어갔구나!!~

 아~~ 나도 그무리에 끼였다면, 슬며서 골 구경이라도 했지 않을까~~~ 싶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똥줄타게 혼자 다녔나 싶다.

 아~~ 또 배아프고 이칸다!!!

 역시 초심을 잃지 말았어야 했다!!!

 

 

 에필로그 - 이거 내 체질인가벼~~

 

 평생 첫 경기였다.

 시합이 사람을 살짝 돌게 만든다. 동네 비행과는 확연히 다른 스케일과 재미, 그리고 엄청난 희열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첫빵에 골에 들어간다는건 역시나 말도 안된다!!!

 온라인 게임에 보듯이 수많은 경험치와 레벨이 쌓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이렇게 아쉬우면서 또 고민하면서 비행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기록이 쌓이고 레벨이 높아져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자주 뵙기 어렵던 손팀장님과 오랜시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또 즐거웠다.

 빅버드에 비행하면서 이제는 젊고 패기있는 선수를 육성하고 강한 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자신의 빅버드인으로써 사명이 아닌가 라며 말씀하실때 그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우스게 소리에 능하신 우리 석현 형님의 촉촉한 인간미를 가까이 지내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된 것도 좋은 계기인 듯하다.

 

 

 마지막 시합에 대해 느낀건, 봉희형님, 인걸형님, 용균형님, 우혁형님, 그라고 내동기 성진아~~

 절 보십시요...

 동네 비행에선 맨날 형님들한테 깨지는 놈이 리그전가니 그래도 꽤나 멀리 가게 됩디다...

 형님들 나오시면 분명!!!

 다들 한랭킹씩 차고 댕길 겁니다~~

 담에 청송대회는 등록하시소~~ 같이 좋은 시간 보냅시다... 거리도 가차운데...

 

 그리고 재학이형님~~

 생각보다 선전했죠?~

 조만간 술한잔 기대할께요~~

 

 

 

  • profile
    조민경 2011.04.19 10:57

    시몽~~~대견하네...비행 잘하는거 알았지만  또 너의 비행역사에 한획을 긋는 좋은 경험했네..

    앞으로 많이 도전해서  더욱 단단해 지고 경험많이 쌓아서 빅버드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항상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물량지원 및 인적지원 해주께..

    근데..처음부터 너무 과열되면 빨리 식더라...ㅎㅎ

    너무 자만하지 말고 신중하게 비행하길 바래~~~~~~

    고생했다...

     

  • profile
    규니 2011.04.19 11:14

    시몽~~~  잘 할줄 알았다!!  ^^

    이번에 갔다오면 많이 배워 올것같았는데 역시나 잘 하는구낭!!!

    내친김에 영동형님 근처로 순위 올려라~~~~~~

  • profile
    버드맨 2011.04.19 11:17

    ㅎㅎㅎ~ 시몽.  첫 출전에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한다.

    역시 젊은피 다운 비행을 한 것 같네~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지만 리그 첫 출전에서 그정도의 성과를 거뒀으면

    일단은 잘 한거다.

     

    앞으로 빅버드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써 많은 경험을 얻었을것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열씨미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

     

    시몽~ 화이팅.

  • ?
    오~쭈여~!! 2011.04.19 13:01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오빤 뱅 할때가 젤 멋있는거같다

     

    일지보니 감히 넘볼수도없는 쩌~~위의 레벨로 또 올라간거 같네

    이번 대회로 오빠 스스로  많이 배운거같기도 같기도 해서~보기조타...~~ㅎㅎㅎ

     

    앞으로도 멋진모습 자주 보여줘요~~^^

  • profile
    남선달 2011.04.19 17:18

    고생많이했다....

    시합에 안나가봐서 그렇지 경험만 쌓으면 시몬이도 고수의 반열에 곧오르리라 본다..

    모자라는게 없잖여......젊지...비행잘하지...술잘마시지...인물좋지????....하여튼

    차기의 빅버드 주자 ....화이팅

    ㅎㅎㅎ

     

     

     

     

     

     

     

     

     

     

     

     

     

     

     

     

     

     

     

     

     

     

     

     

     

     

     

     

     

     

     

     

     

     

     

     

     

     

     

     

     

     

     

     

     

     

     

     

     

     

     

     

     

     

     

     

     

     

     

  • profile
    이상우 2011.04.21 12:30

    역시 심온형은 비행할때 멋있어~ㅎㅎ

    스파이럴할때 젤 멋있고~^^ 이번에 새로운 레벨업을 하고 좋겠어요~ㅎㅎ

    빨리 멋진 특훈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