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세요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수정 삭제
그저께부터 연속되는 회의로 조금씩 지쳐가는 어제 오전...
모르는 휴대폰 번호가 찍히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중국인이었습니다.

"나 까오란(高兰) 신랑인데, 너 장종(蒋总)이 맞냐?"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장종은 맞지만...까오란? 잘 모르겠는데 누구냐?"
"야쿠르트 청도법인의 까오란을 모르냐?"
"아~~~~~~~~~~~~"
"내가 바로 그 까오란 신랑되는 사람이다"

------------------------------------

사연인 즉슨 이렇습니다.
제가 2008년도에 청도법인에서 잠시 영업총감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영업부에 까오란이란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인상좋고, 나이에 비해서 이쁘고, 정말 싹싹한 중국여자 같지 않은 중국여자였습니다.

그해 말, 북경으로 복귀하고 나서 출장갈 일이 있어 다시 청도에 갔었는데, 까오란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궁금해서 청도 직원들한테 물었더니, '집에 일이 있어서 휴가중'이랍니다.

그 뒤로 저는 하남성으로, 상해로 팔려 다니다가 지금은 상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까오란에 대해서는 잊혀져 가고 있었던 시간이 거의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난 주 중국법인장 회의가 있어서 심양에 출장을 갔었는데, 청도법인장이 하는 말...
"내가 금년 초에 청도에 부임했기 때문에 잘 모르기는 한데, 까오란이란 여직원이 희귀병에 걸려서 지금 투병중이다.
시어머니가 만두가게를 하면서 어렵게 병원비에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배려를 하여 퇴직처리를 하지 않고, 병가처리를 해서 의료보험 적용은 받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병원비가 워낙 비싸서, 많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십시일반 모금운동을 하고, 주재원들도 돈을 내서 건내줬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냥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청도법인장한테 거금 천원을 주고 지난주 토욜날 상해로 복귀했더랬지요.
돈을 건내줬다는 사실은 잊고, 다른 법인 사람들을 상해로 불러서 내년도 사업계획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던 와중에 전화를 받았던 것입니다.

---------------------------------------

청도법인장이 제가 줬던 돈을 까오란에게 전달을 한 것 같았고, 까오란이 몸이 안좋으니 신랑이 저에게 전화를 한 것 같았습니다.

"장종, 정말 고맙다. 너는 상해에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어떻게 우리 와이프한테 병원비를 보내주냐?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별 말씀을 다 하신다. 까오란이가 위중한 병에 걸렸다는 것은 나도 몇 일 전에 들었고, 많이 어렵다고 들었다. 많은 보탬이 못 되서 오히려 내가 죄송하다"
"우리 와이프 바꿔준다"

중환자실에 있기 때문에, 청도법인 직원들이나 주재원들 아무도 까오란을 면회 못했고 통화조차 못했다는데, 대뜸 자기 와이프를 바꿔 주더이다.

까오란은 울고 있더이다.
휴대폰을 통해서 전해지는 그 울음소리 마저도 희미하게 들릴만큼,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를만큼...상태가 안좋은 것 같습니다.

"장종, 고맙다. 너 아직 상해에 있냐? 청도에 오면 꼭 한번 보고싶다."
"알았다. 나도 꼭 한번 보고싶다. 얼른 쾌차해라"
"꼭 약속 지켜라"
"알았다. 얼른 일어나서 다시 회사 출근해야지. 난 예전의 니 모습을 꼭 보고싶다. 애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일어나라"

계속 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짜이지엔..."

맘이 짠~~~하더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중국인의 마음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한 것인가?'

엄청나게 비싼 병원비에 왠만한 돈은 돈도 아니지만, 단돈 천원(한국인들에게는 그리 큰 돈은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만)이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인의 한통 전화로...오늘 하루 종일 힘든 날이었지만, 가슴은 꽉 찼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중국에 거주할 지 모르겠지만...
오늘을 기회로 해서 중국을 떠나는 그날까지 정말 어려운 중국사람들을 위해서 작은 소중한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찾아볼까 합니다.
?
  • profile
    조민경 2010.09.20 17:27

    주위를 살필줄 아는 넓은 시야와 따뜻한 마음......중요하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좋은기회 있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일단....바로 옆에 있는  우리 빅버드 노숙자들 부터 좀 챙겨야 하겠습니다....ㅎㅎ

     

     

     

  • ?
    장형규 2010.09.20 19:54

    언젠가 비슷한 글을 한번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간 외교관이 어디 따로 있나요?

    안좋아져 가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져 미력한 몸이지만 실천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와있는 외교관들...

    정말 외교관인지 아니면 국비 갉아 먹으려고 온 송충이들인지 모를 저급한 인간들이 꽤 있답니다.

    외무공무원 시험 어케 잘 본 덕분에 외국에서 그야말로 편하게 떵떵거리면서 생활들을 하고 있지요.

    물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는 전제하에 얘기를 하는 것이지요.

     

    외국거주 자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기는 커녕 회피하기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얼마전 아는 사람이  그 회사 중국직원들한테 납치를 당해서 곤욕을 치른 일이 있어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더니만 어떤 영사 ㅅㄲ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는 말인즉슨.."조용히 당사자끼리 협상을 잘 하시지요"..이렇게 얘기하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외무공무원들...욕밖에 안나옵니다.

    ----------------------------------------------------------------

    그리고...

    노숙자들 다 중국으로 송출해 주세요...

    우리집에 방마다 세단 침대 2개를 놓으면 아마도 20명은 족히 수용이 가능할 듯...ㅋㅋㅋ


자유게시판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빅버드 2023년도 정기총회 알려드립니다. file 조민경 2023.11.15 959
624 단체복 관련 글올립니다. 8 박정훈 2010.08.27 921
623 단체복 관련 변경사항 공지~^^ 1 file 박정훈 2010.08.31 925
622 박장수입니다. 필독하세요. 4 박장수 2010.09.03 963
621 단체복 받아가세요~^^ 3 박정훈 2010.09.11 999
620 비행 못해 몸쌀 난 사람 어케 안되겠슴미 2 광수 2010.09.14 1174
» 중국생활...가끔씩 보람도 있습니다. 2 팔려온넘 2010.09.18 1109
618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2 조민경 2010.09.20 873
617 추석명절 1 김팽철 2010.09.21 1167
616 10월3일 비행일정 11 조민경 2010.09.27 1220
615 참가자 명단요~~ 6 조민경 2010.09.27 911
614 비오면 어쩌나............ 2 민경 2010.09.29 935
613 늦었지만 추석 잘 보내셨나요? 5 초록 2010.09.29 920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35 Next
/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