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일지

|  회원의 비행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2016.03.29 00:47

378회 비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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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27  378회

장소 : 구지 대니산

풍향/풍속 : 북서 1~2 m/s

날씨 : 맑음 

기종 : 카레라

고도 : 1900

비행시간 : 2시간 40분

 

오랜만에 비행일지를 쓴다. (석현이형이 좀 쓰라고해서 쓰러왔는데 석현이형은 안쓰네..벌써 빠져가지고...ㅋㅋ)

일요일아침 눈을 뜨니 밖에 해가 반짝반짝한다.

세수를하고 스쿨로 나서기전에 물은 살짝 입만 헹구고 한모금만 마셔본다. 혹시나 장시간 비행하게 될지도 모르니...

스쿨에 오니 광진이형이 어제 대구입성을 했다고 한다. 진짜로 축하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긴장이 된다. 커피도 마시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준비하고 기대하면 항상 조용히 착륙장으로 갔었지만 그래도 오늘도 기대하고 준비해본다.

차를타고 이동하면서 하늘구경을 한다. 오늘 바람은 북서, 대충 루트를 상상(?)해본다 ㅋㅋ

그러다 석현이형 기체를 안챙겼다는 걸 알았다......이미늦었다..........미안......ㅋㅋㅋㅋㅋㅋ

이륙장에서 마지막 준비를 한다. 저~기 구석에 가서 볼일보기 ㅋㅋ

 

이륙. 다들 앞산에서 고도를 높이고 있다. 조금 낮게 붙어서 슬쩍 슬쩍 부비다가 써클링을 시작하고 얼른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늘 만약 장거리 비행을 한다면, 앞산에서 끝까지 잡는 것 보다는 어떻게든 이륙장능선에서 최대한 상승을 시키는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다. 앞산에서 1000미터, 이륙장능선으로 이동하고 위에서 써클링하는 기체들을 참고로 써멀을 찾는다. 아주 좋~은 써멀이 있는것같아 열심히 돌려본다. 나를 포함해서 1300-1400정도에 왔다갔다하는 기체들이 있고, 위로는 1600-1700정도 되어보이는 고도에 기체가 왔다갔다 한다. 그럼 나도 저만큼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바람방향을 잘 읽고 써클링에 집중한다. 한참 돌리고 있을 쯤 스쿨장님의 무전이 들어온다.

"종진아 고도 얼마고? 옆에 누구 있노?", "고도 1700, 대연이, 동훈이형님 있습니다", "그람 뭐 함 가봐라"

종진이형이 가자고 무전이 왔다. "대연아 가보자~", ㅋㅋㅋ 신난다. 출발이다.

오늘은 북서에다가 서풍이 가끔 잘 들어온다. 그럼 일단은 화왕산이 첫번째 목표.

종진이형과 신나게 악셀밟고 날아간다. 창녕의 초입까지 날아가는동안 써멀이 없었다. 종진이형 무전이 들어온다.

"대연아 고도 300, 착륙할 곳을 찾아봐야겠다~"

나는 390정도, 무전을 하고 싶었다. 착륙장 찾지 말고 써멀부터 찾으라고...혹시나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부담주는건가 싶어서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는데 종진이형이 써클링을 한다. 바로 무전을 했다ㅎㅎ

"형 그거 꼭~ 잡으세요, 그거 꽉 잡으면 화왕산 갑니다~" 하고 옆에서 같이 써클링을 시작했다.

올라가고 까먹고를 반복한다. 되~게 좋은 느낌의 써멀은 아니지만 3미터 올라가고 1미터정도 까먹는정도면 투자할만하다.

그렇게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고도를 잡다보니 500, 600, 밑에서 돌리는 종진이형을 보니 아까와 같은 정도의 고도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종진이형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 좋다.

내 고도가 1000정도 되었을 때 쯤, 종진이형이 산으로 붙이자는 무전이 왔다.

화왕산은 대니산에 비해서 아주 웅장하다. 포스가 장난아닌 산.

낮은 고도로 들이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지금 고도에는 여유있게 붙일수 있어서 속도붙여서 얼른 날아갔다.

비행경로는 화왕산에서 한번 결정을 해야한다. 화왕산을 밟고 밀양 방향으로 넘어갈 것인지, 아님 화왕산 자락들을 밟고 남쪽으로 내려갈 것인지.

오늘은 서풍이 잘 들어왔지만 북풍이 주풍이고 화왕산을 밟고 넘어가보기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남쪽으로는 가본 경험이 있어서 아는 경로를 택하기로 하고 무전을 했다. "종진이형 우리 화왕산 밟고넘을거 아니고 남쪽으로 자락타고 내려갈거니까 화왕산 올라타지마세요~너무 들이밀지 마시고능선위로 능선위로 써멀만 받아먹고 내려갑시다~"

역시 화왕산은 산이 큰 만큼, 타고 올라오는 써멀들이 힘이 좋다. 그렇게 가볍게 1300-1400을 기준으로 뻗어나온 능선들을 하나씩 밟으며 내려갔다. 영산쯔음 왔을때 또 한번 선택을 할 수 있다. 부곡으로 방향을 잡고 밀양으로 넘어갈건지, 계속 남쪽으로 가서 강을 건너고 창원으로 갈건지를..전에 한번 부곡으로 넘어갔다가 밀양에서 창원넘어가는 강앞에 착륙한적이 있다.

오늘은 부곡으로 가지 않고 남쪽으로 쭉 내려가 강앞에서 다시 한번 고민해보기로 한다. 사실 오래전에 혼자 북풍이 불어오면 남쪽으로 어떻게 내려가볼건지 지도를 보며 혼자 루트를 짜본적이 있다. 가볼 순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으니까 ㅋㅋ

그때의 루트는, 땅 끝까지 날아가보는 것, 조금 치사하지만 창원에 바다가 삐쭉하게 들어온 곳이 있다. 내가 계산하기에 그 바닷물이 내가 날아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바다이다. 해변은 아니지만 바다를 날아가서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제의 비행을 다시하는 기분, 비행일지를 쓰면 두번비행하는 것과 같다더니 진짠가보다)

다시 비행하는 사람으로 돌아와서, 영산아래쪽의 낮은 산능선에서 힘센 써멀을 만났다. 마을에서 타고 올라오는건지 너무 힘차다. 사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불안정한 써멀이라 살짝 피하고 뒷쪽의 끄트머리의 열을 잡아본다. 뒤를 보니 종진이형이 날아오고 있다. 종진이형에게 "여기 거치니까 조금 조심하면서 오세요~" 무전을 하고 나는 열심히 써클링을 했다. 운좋게 평균 3-4의 써멀이 조금 더 날아가볼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고도를 1200정도 올렸을 쯤, 강이 보인다. 강앞의 낮은 능선, 강건너의 낮은 능선, 강의 폭, 강 주변의 지형들, 강 건너편의 산능선들..이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여유있는 고도는 다음 루트를 계산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지금 위치에서 강 까지는 5-6km정도, 강의 폭은 넉넉잡아 1km정도 되어보인다. 그럼 여기서 고도를 높게 잡는다 하더라도 강을 건너고 계속 비행을 하려면 어차피 강앞에서 한번 고도를 획득하는게 훨씬 유리하다. 강을 건너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강 바로 앞에서 고도를 확보하는 것. 그럼 강앞에 벌판인 곳보다 강앞까지 능선이 있는 곳을 선택하기로 하고, 강의 바로 앞까지 뻗어있는 능선을 타고 날아갔다. 없으면 강앞에서 내려야지 마음먹고 날아가다가 능선의 끝, 강의 앞에 갔을때쯤 내 고도는 600, 마침 좋~은 써멀 한놈이 쓱 들어온다. 기분에는 내가 써멀에 들어간게 아니라 써멀이 내 기체에 들어와준 듯 했다.

평균 4-5의 써멀이 아주 부드럽게 써클링을 하도록 해줬다. 순식간에 고도가 쓱쓱 올라간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써클링을 유지하고만 있었다. 드리프트는 내가 하는게 아니라 바람따라 써멀따라 알아서 흘러가니까ㅎㅎ 나는 고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멀리 창원을 보았다. 보면서 저기로 가면 되겠고, 여기서 부터는 남쪽이 아니라 남동쪽으로 북서풍을 제대로 배풍으로 이용해 날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높은 고도에 막힐 지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멀리 내가 지도에서 본 그 바다. 삐죽 튀어 올라온 가장 가까운 바다가 맞는지 아닌지, 맞는 것 같은데 믿을 수 없어서 날아가서직접 확인해보는 걸로하고 1900까지 고도를 획득했다. 물론 1900까지 상승하는 동안 강은 건너져있었다. 써멀을 잡는동안, 써클링을 하는동안, 드리프트되면서 강을 건너게 되었다. 가장 효과적으로 강을 건넌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높은 고도에서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멀리 보이는 곳으로 날아갔다. 빽빽하게 건물들이 있는 곳이 창원이다. 며칠전에 일때문에 왔었던 곳이라 큰 로터리가 눈에 들어왔고 확실하게 창원인 줄 알았다. 저 앞에 보이는 바다로 계속 날아갔다. 갑자기 하늘에 구름들이 뭉실뭉실 생기더니 어딜 날아가도 바리오소리는 계속 들린다.

바다를 보러 가면서 도심에 착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눈에 들어온 바닷가는 빌딩만한 중장비들, 그 아래에는 컨테이너들, 왔다갔다 하는 커다란 자동차들..어딜봐도 내가 내릴 곳은 없다. 뭐 가다보면 대충 어딘가에 내릴데가 있겠지...하는 위험한 생각은 버리기로 마음 먹었고, 기체를 돌려 창원 시내로 향했다. 지나오면서 봐놓은 몇몇 공사현장, 운동장, 야구장 등이 있었다. 고도는 1300, 하강할 분위기가 아니지만, 갑자기 여기저기 써멀들이 나타나고 도심위를 비행하고 있다 생각하니 조신하게 착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써멀이 없을거같은 곳들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착륙할 곳을 찾았다. 커다란 스타디움이 있고 옆에 있는 운동장! 펜스도 없고, 사람도 많이 없고, 큰 도로에 접해있는, 잔디가 넓게 깔린 운동장이다. 운동장에는 나를 위한 윈드섹(태극기)까지 준비해놓은듯 했고, 마침 운동장 옆에 낮은 둔덕은 오늘 날아온 바람의 정풍이라 위에서 가볍게 고도처리를 하고 운동장으로 길게 쭈~욱 들어가 안전하게 착륙을 했다.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비행의 마무리를 하고, 착륙보고를 드리고, 창원에 착륙한 종진이형과 만나서 기분좋게 돌아왔다.

 

같이 온 종진이형이 있어서 조금 마음편하게 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고, 장거리 비행 정말로 축하합니다 ㅎㅎ

뒤에 출발한 태경이형 더 멀리 날아가서 정말로 축하하고요 ㅎㅎ

 

봄철기상이 온 듯 한 느낌을 몇 군데에서 받았다. 조금 더 조심하며 비행을 해야 할 것 같다.

기분좋은 날이었다^^

 

  • profile
    지니킴 2016.03.29 01:14
    장거리 비행 축하드려요! 아는게 없어서 지도보면서 읽게되네요. 비행하는중에도 끊임없는 전략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것과 어떻게될지 알수없어 흥미롭다는점을 새삼 깨닫게되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왜 석현이 오빠가 일지 쓰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 profile
    대연아날아보자 2016.03.29 18:39
    ㅋㅋㅋㅋ고맙데이..!!
  • ?
    박홍삼 2016.03.29 12:27
    장거리 비행 축하한다...나도 좋은날 운 좋으면 너가 간곳까지 가 볼까???ㅎㅎㅎ
    정말로 축하한다..꼭 내가 가는 기분이네..ㅋㅋ
    수고 많이했어....
  • profile
    대연아날아보자 2016.03.29 18:39
    형~형은 저보다 더 용감해서 더 멀리멀리 날아갈수있을겁니다 ㅎㅎ 고마워요^^
  • ?
    떼띠파파 2016.03.29 13:04
    너 덕분에 첫 장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비행 고마웠다.
    고생많았다.!!!
  • profile
    대연아날아보자 2016.03.29 18:40
    제 덕분이라기보다는 형이 알아서 잘~날아다니던데요? ㅎㅎ 제가 덕분에 쫄지않고 재미나게 비행했습니다 ㅎㅎ 형도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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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카추카 ~ ~ ~ ~ㅎㅎㅎ
    열씨미 따라갔지만 결국 못만났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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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연아날아보자 2016.03.29 18:40
    아~형!! 퍼떡 왔어야죠..왜 탑랜딩을 해가지고..ㅋㅋㅋㅋ 축하해요 형^^ 담에 또 같이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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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석현 2016.03.29 16:40
    에이 내가 설마 "일지 좀 써라!" 그랬겠나....
    "고참님 비행일지 좀 써주시면 저 같은 쪼렙들이 많이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했지 ㅋㅋ
    잼있게 잘 봤어~~많은 생각을 하면서 비행 하는게 부럽고 한편으론 막막하네 ^^
    화이팅!! 계속 안전비행!!
  • profile
    대연아날아보자 2016.03.29 18:41
    "좀 써라~~"캤던거 같은데요 쪼렙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날 같이 또 날아봅시다^^
  • profile
    신석현 2016.03.29 19:20
    ㅋㅋ 응~~멋지다~
  • profile
    topson 2016.03.30 00:54
    텐덤때문에 같이 합류는 못하였지만 지켜 보면서 흐뭇한 만족감을 느꼈다.
    써클링도 감각적으로 잘 하는것 같다 ..여기서 만족 하지말고 더 다듬고
    보완해야 할것도 많다는것 명심...글구 비행은 욕심 보다는 열정으로 하는것..
    축하한다...빠른 시일내에 지피에스 구입하삼..
  • profile
    대연아날아보자 2016.04.01 18:40
    감사합니다 팀장님!!
    앞으로도 안전하게, 열심히 뱅 하겠습니다^^
    지피에스도 구입하도록...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