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 글을 읽어보니 워낙 글재주가 좋으셔서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한번은 써야 할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회사서 놀고 있는 김에 아니 쉬는 시간 중간 중간 어렵게 글을 씁니다.ㅋㅋ
(제가 공대 출신이라..금오공대 출신이라는..)
10월 3일
구지 헬기장 근처에서 지상훈련 연습을 하고 지훈씨랑 같이 테스트를 받음.
테스트를 율하 공원이나 합천 착륙장 같은 땅이 좋은 곳에서 받을줄 알았는데 비탈지고 수풀이 우거진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없는 곳에서 받을줄은 정말 몰랐음.
그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수풀 안 쪽엔 물이 고여서 신발 다 버려가면서 테스트 받으니까 이런거 해야하나 생각이 계속 들었음. 농담 절대 아님. 참고로 저 농담 할줄 몰라요.ㅋㅋ
그리고 군대서 유격 훈련 받을때 신발버린 이후로 이런 경험 처음이었음. 세월로 따지면 강산이 한번은 훌쩍하고 넘은거 같고. 가는 세월 잡아줄 사람 누구 없나요.ㅠㅠ
그날 다른 분들은 비행 다 끝나고 테스트 받는거 구경하고 계셨는데 다들 빨리 대구로 가고 싶어하는 분위기였음.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7번 합격 못했는데 스쿨장님이 합격이라고 말씀해주셔서...속으로 이게 웬떡이냐고 했는데.
어제 안 사실인데 제 실력이 좋아서 합격해주셨다고 하셔서 그렇게 믿기로 했음.ㅋㅋ
만약 한번더 오늘처럼 테스트 받아보라고 한다면 저한텐 군대 한번 더 가라고 하는걸로 들림.. 그 말인즉슨 절대로 안해요.. Never
10월 5일
첫 비행이 있는 날이라 30분 일찍 도착해서 시뮬레이션하고 합천 대암산으로 출발.
비행전 템덤 비행을 한번 해보고 단독 비행을 바로 한다고 하셔서 이석현팀장님이랑 비행 시작.
하늘을 날면 재밌을 것이란 막연한 환상에 빠져있던 나에게... 비행을 처음 해본 심정은... 멘붕이었음..ㅋ
내 나이 서른 다섯.. 어떻게 생각하면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가슴 떨리는 일도 별로 없고 나이를 먹으니까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하지만 심장이 어찌나 떨리던지.. 아직 나 안 죽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솔직히 너무 너무 무서웠음.ㅠㅠ
(운전하다가 깍두기랑 시비 붙어도.. 주식하다 하루에 몇백 날려도.. 떤적 없었는데.ㅋㅋ)
그리고 템덤 비행을 끝내고 스쿨장님이 사시나무 떨듯 엄청 겁먹은 제 표정을 보시고는 다음에 비행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음.
(솔직히 해보라고 했으면 도망갈라고 준비하고 있었음. 앞에서 말했듯 저 농담 할줄 몰라요.ㅋㅋ)
템덤비행후 갑자기 강풍이 불어서 지훈씨도 단독 비행하려다가 포기하고 철수.
10월 9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비행.
근데 템덤할때 너무 쫄아서 솔직히 기다려지진 않았음.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이쑤시게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서..부딪혀 보기로..ㅋ
스쿨장님이 한번 더 템덤하고 첫 비행하는게 어때라고 물어보시길래 아니 그냥 하겠습니다라고 속으로 엄청 떨면서 말했음.
구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니 내가 왜 그랬을까 똥배짱 부려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잠깐 했음.
드디어 첫 비행.
오늘은 정신적 지주이신 스쿨장님이 착륙장에 대기하신다며 먼저 내려가시고 이륙장은 용균이형님이 유도함.
그때부터 마음의 안식처 스쿨장님이 없다는 현실에 지난 템덤때의 살떨림이 내 몸 구석구석에서 되살아나며 이륙 직전까지 심장이 쿵캉쿵캉 쿵캉쿵캉..
장비를 착용하고 준비 하나 둘 셋 구령을 외치며 달려나감. 견제 확인하고 점프.
처음 낭떨어지로 뛰어 내리려니까 겁이 나서 견제 확인만하고 엄청 소심하게 뛰어내림.
지상훈련때처럼 견제확인후 허리 숙이고 앞으로 미친듯이 달려나갔어야 했는데..근데 솔직히 말이 쉽지 실전엔 어려워요.ㅠㅠ
다행히 이륙 성공. 자세 바로하고 견제 살짝 주면서 무전으로 스쿨장님이 주문하는대로 착륙장으로 고고싱~~
템덤비행할 때는 엄청 무섭던게 혼자비행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그러니까 경치도 들어오고 이 맛에 하늘을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90도 180도턴 하면서 착륙은 안전하게 했음.
스쿨장님이 첫비행 축하한다고 하시길래 "스쿨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라고 입에 침발린 말도 할줄 알아야 하는데..그런걸 전혀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끝냄..ㅋㅋ
그리고 바로 두번째 비행.
이번엔 무조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음.
준비 견제 확인 후 미친듯 달려나갔음. 그때 들려오는 용균이형님의 목소리.. 산줄 놓으라고.. 그때서야 산줄을 놓음.
이유인즉슨 견제 확인하고 A라이저를 안 놓고 그냥 점프했음. 만약 안 놓고 계속있었으면 매미가 됐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
착륙장까지는 스쿨장님 유도대로 고고싱~~
이번엔 정말 잘할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오늘의 마지막 세번째 비행.
용균이형님이 이번엔 바로 뛰어내리는게 아니고 견제 연습할꺼라고 하심.
준비 하나 둘 셋 견제 확인. 견제하고 있는데 바람이 나를 앞으로 밀어냄.
밀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내 몸은 어느덧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낭떨어지 끝으로 이동하고 있음.
괜히 여기서 더 잡다가는 꼬꾸라질것 같아서 에라이 모르겠다 생각하며 "어어어"를 외치며 그냥 점프.ㅋㅋ
용균이형님 살짝당황하심. 저도 당황했어요.ㅋㅋ 불가항력이라 어떻게 할수 없었다는.ㅠㅠ
그 후 착륙장까지는 안전하게 도착.
대구도착후 첫비행후에는 간단하게 닭이나 족발을 사는게 전통이라 하셔서 오늘은 족발을 먹기로 함.
근데 갑자기 스쿨장님이 하이바를 깨끗하게 씻어오라고 하시길래.. 살짝 당황함.
이제껏 살면서 사발에 술 먹은적 전혀 없는대.. 대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만약 누구라도 먹으라고 했다면 상 뒤집어 엎음. 절대 농담 아님.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한 성깔하는 성격이라..
사발에 술 먹는건 제 관점에서는 너 죽어라하는거 하고 똑같음.
다행히 콜라 사이다로 변경해주셔서 그건 그래도 먹어야될것 같아 먹기로 했음.
만약 술을 먹으라고 했다면 저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갔습니다! 100% 진심임!
하이바에 콜라 사이다가 섞인 폭탄음료수를 먹으며 첫 비행은 끝.
10월16일
평일 비행은 처음인데 교대근라 시간이 맞아 출석. 다들 모여서 구지로 출발.
지난번 이륙에 문제가 있어야 이번엔 정말 생각 많이 하고 있었음.
4-5회 비행을 하면서 별다른 실수는 없었음.
스쿨장님이 말씀하시길 "그래도 젊으니까 잘 하네"라고 말씀 하심.
그렇게 비행 끝.
10월17일
오늘은 어제보다 회원분들이 더 없었음. 하지만 구지로 출발.
6-8회 비행을 하면서 7회비행때 실수함.
견제 확인할때 한쪽이 살짝 접혔는데 똑바로 확인 안 하고 뛰어내림.
두연씨가 점프하고 나서 견제 좀더 하고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음.
만약 그렇게 안 하고 손 놨다면 기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매미가 됐을꺼라고 함. 중요한거 하나 배웠음!
총평
8회까지 비행하면서 엉덩이로 착륙한적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이륙하고 나서 하네스에 엉덩이를 끝까지 밀착해야지 안 그러면 몸이 많이 불편하고 불안함.
또 아직은 하늘에서 흔들흔들하면 겁이남.
단언컨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행일지가 될것 같네요. 살면서 마지막으로 언제 이런 글을 썼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좀 재밌게 쓴다고 엄청 시간 걸렸습니다...
다들 안전비행하세요! 불멸의 진리 '건강이 최고'라는~~~
쫌 이상힌 양반이네...ㅋㅋ
일지 계속 올려요...재미없음 안읽으면 되니깐~~^^ 스쿨장님은 읽고 문제점 지적해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