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일지

|  회원의 비행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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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마리오네트 인형을 아는가? 인간의 조종 없이는 영혼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마리오네트, 마리오네트는 관절마다 매달린 끈을 이용한 인간의 조종으로 생명을 얻는다. 그렇다. 여기 마리오네트 조종사가 있다. 짱님과 사무국장님의 명령과 지시 없이는 죽은 인형이나 다름없는 마리오네트, 마리오네트 조종사는 매개체인 무전기를 통해서야 비로소 비행의 숨결과 생명을 얻는다.

 

  두 번째 비행 때도 비행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여전했다. 회원들은 입을 모아 패러글라이딩의 가장 큰 매력은 묵은 비행도 첫 비행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이었다. 첫 비행의 경험으로 솔직히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전히 새로웄다.

 

  구지 대니산에는 두 개의 이륙장소가 있다. 지난 일요일 남풍이 불어서 대니산의 이륙 장소가 바뀌었다. 우선 이륙장의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이륙장이 좁고 경사가 급해 까딱 잘못하면 실패할 것 같은 느낌이 업습했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먼저 이륙하는 선배들의 비행을 눈여겨 보았다. 이륙장의 경사가 급해서인지 출발 자세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순간 산개가 이루어지고 앞으로 뛰어나가야 했다.

 

  심장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쳤다. 드디어 짱님의 지시에 따라 이륙했다. 생각보다 쉽게 몸이 공중으로 떴고 앞으로 쭉 비행했다. 오른쪽 산등성이 가까이 갔을 즈음, 짱님이 무전을 했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거센 바람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무전을 방해했다. 어느 한 순간 '만세'라는 키워드만 뇌리에 박혔고, 나는 즉시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어 올렸다. (나중에 '만세' 때의 내 자세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피드백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산등성이 쫄비행(줄줄 타고 단숨에 쉽게 내려가는 단조로운 비행)이 끝나자 바로 착륙장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 이제 두려움은 사라졌다. 도로와 소나무를 지나서 앞으로 쭈욱 나아가다 오른쪽으로 180도 회전을 하였다. 회전 후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기체는 어느 새 도로 위의 소나무로 다시 근접하고 있었다. 사무장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기체를 다시 왼쪽으로 180도 회전시켰다. 마음이 급해서 과격하게 브레이크 줄을 잡아당기면서 급회전을 하였다. 기체와 내 몸은 일체가 되어 휘청휘청거렸다. 사무장님은 다시 내게 반대쪽으로 회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를 아래로 급하게 잡아당겼다. 기체와 몸은 다시 중심을 잃고 건들건들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순간 지켜보고 있던 사무장님께서는

"지금 스파이럴하고 있습니까? 기체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면 땅으로 곤두박질쳐 크게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다행이지......"

  나는 스파이럴 비행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비행 무식꾼이다. 이제 막 비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내가 어떻게 그러한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비행 기술을 알 리가 있겠는가? 다만 급한 마음에 기체를 빨리 조종했던 것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뻔했다.

 

  나의 두 번째 비행에 대한 정성어린 피드백을 여러 분께서 주셨다.

 

  1. 바람(정풍 착륙), 몸동작(다리와 엉덩이를 뒤로 빼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 것), 브레이크(서서히 부드럽게 100% 견제할 것), 삼박자를 신경 쓰면서 착륙 자세를 취하라. 오늘 나의 착륙 전 무모한 스파이럴은 앞에서 언급한 삼박자의 조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사무장님)

  2. 스파이럴은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고 난 후에 제대로 하라. 또는 브레이크 줄을 공격적으로 잡아당기지 말아라.

     (짱님+한인섭님)

  3. 비행 시 항상 텐션을 느껴라. 산줄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비행 조종의 출발점이다.(윤미희님+이승우님)

  4.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평소보다 높은 고도에서 착륙 처리를 하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다소 낮은 고도에서 착륙 준비를 해도 된다.

    (이승우님)

  5. 비행 후의 기체 접기 및 정리에도 순서와 규칙이 있다.(선달님)

  6. 비행복을 입어라. 특히 비상착륙의 경우에는 예기치 않게 크게 다칠 수 있다.(사무장님)

 

  마리오네트가 마리오네트패러글라이더가 아닌 인간패러글라이더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하고 다양한 피드백과 조종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혼자 서기를 할 수 없는 마리오네트에게,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는 마리오네트에게 비행 영혼의 숨결을 불어 넣어준 비행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마리오네트를 아끼고 격려하는 많은 선배들의 조종으로 마리오네트의 생명력과 영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 profile
    지니킴 2016.07.22 17:47
    와 비행일지 모아서 책한권 내도 되겠어요 되게 표현력이 풍부하셔요bb
  • ?
    박홍삼 2016.07.22 17:57
    비행일지도 쌤 답게 쓰셨네여....ㅎ
    지금은 많이 궁금도하고 어떻게 하면 고참처럼 오랬동안 비행할까?
    이륙..착륙도 잘 하고 싶고등등.....
    현재에 즉...스승님말씀 (짱님.사무국장님) 말씀에 잘 따르시고여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두분들한데 자문을 구하세여.
    저도 300회 넘게 비행했는데 지금도 이륙장에 서면 떨려여..특히 착륙할때는
    더 떨리고여...ㅋㅋㅋ 꾸준히 나와서 비행하시면 더 좋은...더 나은 행복한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안전한게 제일 중요합니다..
    비행일지 잘 보고 갑니다....

  • profile
    규니 2016.07.22 19:50
    우째 비행 하는 거 보다 이게 더 재미있네요~~
    진짜 잘 쓰네요~~~~
    조만간 비행도 잘 하겠는데요 ㅎㅎㅎ
  • ?
    김시관 2016.07.23 10:07
    일지가...고급집니다~!ㅋㅋ
    저도 마리오네트에요~ㅋㅋㅋㅋ
  • profile
    구지청아람(한인섭) 2016.07.26 12:22
    "예쁜 비행일지 처럼, 점점 아름다운 비행을 그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