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회.원사이드
기상이 좋지 않습니다.
교육생 대기.
그리고 드디어
가랑비 젖듯 어느새 47회나 비행해버린,나름 파란만장한 비행사를 가진 제가 나갑니다.
이륙하고 오른쪽으로 틀고 조금 과장해서 눈 감고도 갈 코스를 활공합니다.
발걸이를 찾으려 손도 뻗어보고 발도 굴러보고 하다 꺽어진 능선에 도달.
골로 깊이 들어 갔던건지 능선을 넘은 건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둘 다일 수 있겠습니다)
앞서 가는 우주를 보며 많이 낮네.착륙장은 힘들겠네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찰나 기체가 흔들 휘청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케노피를 슬쩍 보는데 한쪽이 말려들어가 있습니다.
순간 기체가 돌면서 땅이 보입니다.빙글빙글
네.원사이드 입니다.
이럴 때 써먹으라고 몇 차례 원사이드 교육을 받았건만.
그 순간은 정확한 상황 판단이 되질 않고,
'뭐지?회복 되는 건가?도는 건가?접혀서 추락하나?'
짧은순간 머리가 어질어질 합니다.
무전에서 견제!라는 말을 듣고 서야 퍼뜩 왼쪽 견제를 주며 도는걸 멈추면서 말린 쪽 펌핑을 합니다.
케노피를 회복시키고 기체를 착륙장 방향으로 돌려보니 못 들어갈 듯 싶습니다.
능선은 넘었고 처음가보는 그곳은 참 험난합니다.
'골로가면 골로간다.'흔들흔들 오르락내리락.
또 얻어 맞아 접힐까 하는 두려움.이번에 얻어맞으면 견제 빨리주고 돌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짱님,바쁘십니다.
무전기로 쉴새 없이 들려오는"만세견제만세견제"
바람이랑 박자가 안맞기도 하십니다.
덕분에 어느새 흔들거림이 잦아들고 들판으로 나옵니다.
뚝방이나 뚝방까지 못오면 빈논에 내리라 하십니다.
푸릇푸릇한 밭들 사이 활주로처럼 빈 논이 보이고,바람에 맞서 열심히 나아가 보지만 전진속도는 느리고 점점침하.
목표지점에 다다르지 못하고 그앞 마늘밭 끝자락에 내립니다.
두발로 살포시 내리고 뒤를 돌아 케노피를 죽이려는데 헬멧에 산줄이 걸렸습니다.
동시에 그상태로 머리끄댕이 잡힌거 처럼 바람에 질질끌려 옆 마늘 밭으로 강제 이동.
이 마늘밭은 고랑이 질퍽합니다.
기체를 추스려 빠져나오는데 신발이 고랑에 심겨서 나오질 않습니다.기체를 옮겨 놓은 후 뽑아 옵니다.
장비정리 후 배낭을 메고 맨발로 터벅터벅 걸어서 착륙장으로 향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기분이 좋습니다.
요즈음 들어 자꾸 목적없는 비행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아..원사이드도 당해보고 비상착륙도 해보고.보람 찬데?'라는 생각이.
49회 매미구출.
황인장 교육생 이륙매미발생.
매미구조 베테랑인 승우형이 어렵지 않은 매미라 판단 하셨는지 이륙.
팀장님 새톱이라며 곱게 돌려달라며 톱을 주고 이륙.
아..
덩쿨..가시..
톱질하니 그앞 나무에 다시 걸리고 ..또 톱질하고 팔에 힘은 빠지고
눈처럼 내려 눈과 입으로 들어가는 톱밥을 맞으며
매미구출도 센스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 합니다.
요령이 없으니 고생고생 하다 마지막 비행을 하고 내려옵니다.
힘이없어서 인지 착륙은 참 이쁘게 잘 했습니다.
앞으로 매미...가시덩쿨 속에는 걸지 않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