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산 까본 역사적인 날>
2014. 1. 13 238, 239회
- 장소 : 네팔 포카라 사랑곶 - 풍향/풍속 : 남풍 - 날씨 : 안개 많음
- 기종 : 에보 - 고도 : 1638(이륙장 고도 1450) - 비행시간 : 25‘, 11‘
전날 만 하루에 걸친 이동으로 피곤한 상황에서도 굳이 한 뱅 하면서 사랑곶의 지형을 익힌 덕분에
오늘은 정말 신나는 비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륙장으로 고고고!
그런데 넘 일찍 출발했나? 열이 제대로 안익어 기체 뜨는게 영 시원찮다.
마냥 앉아 놀기도 그렇고 모두들 사랑곶 전망대까지 한번 다녀오기로.
15분여를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안나푸르나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사랑곶 전망대다. 유후~!
어제 비행하면서 마주하니 정말 머리까지 시원하드만...ㅋ
오늘은 반드시 저 산을 향해 함 날아가주리라 맘 먹으믄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놀다가 다시 이륙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텐덤 기체들이 조금씩 상승 되는걸 보믄서 하나둘씩 이륙준비~나도 이륙을 했다...
그런데...오늘 영 감이 신통찮다.
가뜩이나 오른쪽으로 열 감는게 영 익숙치가 않은데 사랑곶 파일럿 들은 홀수, 짝수 상관없이 무조건 우턴이다.
여기에 맞추려면 계속 우턴을 하는 수 밖에 없다.제길~
게다가 이 젠장맞을 작두신의 영험함!!!!ㅜㅜ
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발걸이에 걸고 있던 다리가 자꾸 후들후들 떨린다.
“아놔~ 오늘 왜이러지~” 이럼서 착륙장으로 직행하고 싶은 나를 애써 진정시키고...(사실 이때 내렸음 좋았을테지만.)
밑에서 한참을 빡빡기다 겨우 열 제대로 잡아 고도를 올린다.
주변에는 짱님과 국장님이 비슷한 반경에서 서클링을 돌고 있다. 이제 좀 편안해지나 싶은데...
반대편에서 나랑 같은 서클링 반경을 돌고있는 텐덤 기체가 영 신경쓰인다.
그래서 자꾸 돌면서 그 기체를 확인하는데 이 놈이 어느새 내 등 뒤에 바짝 따라 붙어있다.
“어랏! 이기머지~. 내 기체는 속도가 늦어 날 칠수도 있겠는데~”라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서둘러 여길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살짝 기체를 왼편으로 틀면서 직진하는 순간...
갑자기 내 머리위로 기체가 쏟아진다. 흰색과 하늘색...색깔이 내꺼와 비슷해 난 순간 내 날개가 붕괴된 줄 알았다.
캐노피와 산줄이 머리부터 온 몸을 휘감는다. 그리고 기체가 돌기 시작한다.
앗! 죽었다..... 순간 보조산을 당겨야 한다는 생각밖에는...@_@
근데 이 넘의 보조산 당기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꽤나 힘이 필요하다.
#$$%#$##@! 입에서는 갖은 욕이 튀어나옴서 낑낑거림서 보조산 거의 다 빼내 밑으로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어디로 어떻게 던질까 내 기체를 살펴보는 순간...어랏! 이 놈이 한쪽 팁이 크라밧 되고 상당부분 살아있다. 머지머지??
어쨌든 근데 이미 보조산은 하네스에서 다 빠져나와 있는 상황이고
다시 집어넣을 재간은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아래로 보조산을 던졌다.
노오란 보조산이 꽃처럼 뽕! 펼쳐진다. 와~이쁘다~~~~~! 이 와중에도 색깔이랑 모양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더라.>_<
그리고 정신차려 하늘 한번 돌아보니 아까 계속 신경쓰였던 텐덤기체 하나가 나랑 반대편으로 보조산 까고 낙하중이다.
“아~~~~~혼자 떨어진게 아니라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게로군.” 생각은 했지만 당췌 먼 일이 생긴건지 모르겠다.
혹시나 캐노피랑 보조산 꼬일까봐 캐노피 브레이크 라인을 당겨 최대한 내리누르고 이제 편안하게 낙하한다. 그런데
이런...! 뭔가 자꾸 내 목을 조인다. 보조산이 풀리면서 어디서 꼬인건지, 아니면 캐노피 라이저가 꼬인건지...
여하튼 자꾸 내 목을 조이는 느낌이다.
“흠~~~~이대로 나무에 매미되면 어딜 다쳐서가 아니라 목이 졸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아무리 용을 써 당겨봐도 목에 걸린 뭔가가 움직일 생각이 없다.
포기하고 하늘의 뜻에 맡기고 계속 자유낙하~~~~~
그 와중에 또 너무 멀리 낙동강 오리알 되는건 싫다. 보아하니 이륙장 올라가는 길 쪽이다.
가급적 그쪽으로 갔음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기를 쓰고 몸을 실어보는데...짱님도 하늘에서 계속 무전을 날리신다.
“전깃줄 피해야 한데이~왼쪽으로 몸을 실어~”. 내가 피하고 싶다고 전깃줄이 피해지나...
하지만 어쨌등 나의 바람대로, 짱님의 무전대로 전깃줄 피해 이륙장 산등성이 뒤편으로 떨어졌다.
나무에 걸리는 충격을 생각해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젠장맞을...! 낮은 덤불 속 바닥으로 곧장 떨어졌다.
하지만 기체도 살아있고 낙하산도 이쁘게 잘 펼쳐져 거의 충격없이 수풀 속에 포옥 파묻혔다. 천만다행.
하늘이 도우심이다~. 무전기 잡고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착륙이냐. 떨어진거지...냐항항항~
어찌됐건...오늘 해 지기 전에 숙소 찾아갈 수 있을까...
이제 이런 배부른 걱정을 하며 어이없이 앉아있길 몇초?????
사람들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온다. 그리고는 수풀을 뚫고 내미는 손 하나...!!
알고보니 내가 떨어진 지점이 이륙장에서 2~3분 거리였다.
순식간에 40~50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끌어내고는 올라가서 쉬고 있으란다. 기체랑 하네스는 알아서 가져다줄거라고.
이륙장으로 오니 사람들이 몰려들어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뭐가 어떻게 된거냐고...
근데 사실 난 머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어쨌든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텐덤 기체랑 공중에서 부딪힌건 맞고...
그래서 텐덤기체 파일럿과 승객은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하늘을 날고 있던 국장님이 어느새 탑랜딩해서 내 옆에 계신다. 쪼콤 안심이 되네~ㅋ
그 새 어디선가 이상한 놈 하나가 나타나 녹음기를 켜 들고 내게 질문을 한다.
그냥 아는데로...자꾸 텐덤기체가 따라와 신경쓰여 피하고 싶었는데 그 뒤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고,
캐노피가 나를 덮쳤고, 정신없이 보조산을 던졌다고.
그 와중에 한 한국인이 와 쌩 지랄지랄을 한다. 왜 사고 쳐서 우리까지 비행 못하게 하냐고.
너 땜에 지금 한국인들 다 이륙금지라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성질 빡빡 부리더니, 뒤늦게 “다친덴 없죠?”이러곤 가버린다.
미친xx. 내가 그 넘 이름은 꼭 알아둬야지. ㅡㅡ;
그랬더니 어느새 나랑 충돌한 텐덤 파일럿이 내 옆에 와 있다.
“니가 그놈이냐?”라고 묻는데 다들 넘 멀쩡하다.
상처하나 없다. 반가운 마음에 빅 허그 함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자기는 폴란드에서 왔고 비행 8년차. 포카라에서 텐덤한지는 1년 반 됐단다.
그런데 자꾸 나보고 잘못했단다. 너 그렇게 비행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 없으니 경찰 조사나 번거로운 과정 없이 그냥 넘어가자고.
머 나도 어찌된 사연인지를 모르니 일단 오케이~. 그냥 넘어가는걸로~.
그리고는 자기 승객 함 보겠냔다. 어찌됐건 한날 한시에 같이 죽을뻔한 사이인데 얼굴이나 함 보자 싶어 갔다.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여자 하나가 “니가 그넘이야?” 이렇게 손가락질을 하며 쓰윽 눈을 함 흘기더니...
우리 모두 무사함을 축하하며 셋이 한번 껴 안았다.
어찌됐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잠시 수다를 떨다 돌아섰다.
보아하니 텐덤 파일럿은 보조산이 나무에 걸려 좀 찢어졌고, 기체 산줄 하나도 끊어졌더라.
그리고는 내 기체 챙기러 가려다가 이것도 인연인데 싶어 텐덤 파일럿에게 이메일 연락처나 하나 달라고 했더니
회사 명함에 자기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근데 정말 뒤가 찝찝했다. 너무 순순히 아무일 없던걸로 넘어가자면서 자꾸 내 책임이라고 미루는데
정말 단언컨데!!!!! 내 눈앞에는 기체 아무것도 없었다. 납득할 수가 없는 사고다.
그럼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울 팀이 올라올 생각을 않는다.
알고보니 비행 허가와 관련해 받아야 할 서류가 하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올라오긴 힘든 상황이다.
국장님은 비행해서 내려가는게 빠르다며 가자 하신다. 쩝쩝~~~~~~
그 기분에 다시 비행하고 싶겠냐만은... 이때 안하믄 사고 충격이 쉽사리 사라지기 힘들거 같아 털고 일어나 비행 준비를 한다.
옆에 있던 외국인 여자 파일럿이 놀라믄서..
“보조산 없이 비행할라고? 내가 타고 온 택시 있는데 공짜로 착륙장까지 태워다줄게. 비행하지마~”이런다. 잠시 고민...>_<
근데 비행 안한다 말이 잘 안떨어진다. 망설이다가 그 여자에게 “착륙장으로 직행할거야. 걱정하지마~”하고는 이륙.
이번엔 신기하게도 발이 안떨린다. 아깐 정말 사고가 날려고 드러운 예감이 자꾸 따라다녔다보다.
일단은 비행 할라믄 보조산 다시 싸야하는데 이 넘의 껍데기가 문제다.
팩킹 백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려 이 먼 포카라 땅에서 보조산 백 찾아 삼만리...ㅋㅋ
몇 군데 가게를 돌아다녀 한 친절한 네팔리 텐덤 파일럿의 도움으로 보조산 백을 찾았다.
그리고 끼우는 끈과 쇠고리까지 샀는데...보조산 손잡이가 필요한 줄은 몰랐다.ㅋㅋㅋㅋㅋ 던져봤어야 알지~.
낮동안 계속 의문이었던 사고는 짱님이 촬영해 두신 동영상 덕분에 시원~하게 풀릴수 있었다.
저녁 먹음서 살아난거 축하하고 숙소로 돌아와 그 날의 비디오 상영에 들어갔는데...영상 보고나니 좀 억울하다.
이 넘이 앞쪽에 자기보다 조금 위에 있는 내 기체를 못보고 뒤에서 돌진해놓고선 자꾸 책임을 나한테 미룬거였다.
이걸 그냥 죽여버릴라~@.@
텐덤으로 밥 벌어먹고 살아야하니 어쩔수 없이 그런다는걸 이해는 하면서도 좀 비겁하다 싶다. 지는 어떻게 난 사고인지 빤히 알텐데...
수 많은 기체가 함께 서클링 돌 때는 내가 아무리 피한다고 피해지는게 아니구나...하는 교훈과 함께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거.
그리고 보조산 당겨서 빼내는게 생각보다 참 어렵구나 하는 교훈을 얻은 포카라 비행입늬다~~~~~.
쓰고나니 넘 기네..ㅋㅋ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쿄쿄쿄쿄쿄~
한국말로 욕해주지 그랬노...그 텐덤조종사 한테....
무사해서 다행이다....앞으로 더 안전하게 비행하라는 말 밖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