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3. 토.
- 장소 : 구지 대니산 - 풍향/풍속 : 흠.. - 날씨 : 맑음
-기종 : 볼레로3(M) - 고도 : 398m(북좌). 407.1m(남좌) - 시간 : 각 5분쯤
6회 비행
행사의 연속이던 10월이 지나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비행주말을 맞이했다.
텐덤 15명이라는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구지 대니산. 북좌 이륙장에 올라 아픈 기억이 솟아나려던 찰나,
착륙장은 지난번 전국체전 대회했던 감자밭이라는 기쁜 소식을 접한다. 아싸
지난번 전국체전때는 거의 이륙장과 착륙장을 잇는 직선코스를 따라 직활강했었는데,
이번에는 뚝방에 가듯이 능선을 넘고 마지막 능선을 따라 쭉 가면 된다고 하셨다.
(마지막 능선 끝에서 오른쪽으로 턴하면 뚝방으로 가는 것이고 그대로 쭉 가면 감자밭 착륙장)
바람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많이 약했다.
텐덤팀이 푹 가라앉더니 작은 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텐뎀 매미라니!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드는 순간
두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밀고 나가 이륙에 성공했다. 휴..
뒤이어 다들 잘 출발하시고, 나도 나가본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비행이라 감을 잃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이륙 후 견제를 유지하는데 나무들이 상당히 가까워보였다. 매미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견제를 풀면 밑으로 고도가 까질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한참을 잡고 있었다.
무서워서 한참 견제 잡다가 무사히 나무를 지나고 멀리 나간 뒤에야 견제를 풀고 방향을 잡아 앉았다.
왼쪽 브레이크 줄이 또 말려 들어가 있었다. 지난 번 보다는 덜 심각해서 가볍게 풀어주고 나아갔다.
하지만 아직도 산줄 확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반성이 필요하다.
바람이 가끔 기체를 흔들어대기는 했지만 가끔 띄워주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높은 고도로 착륙장 근처까지 왔고, 무전을 받으며 고도를 낮춰갔다.
오늘은 새로운 방식의 고도처리법을 배웠는데 긴 호흡의 펌핑 같은 방식이었다.
8자 처리 후에도 살짝 높은 상태였는데, 무전으로 브레이크 50잡고- 풀고- 50잡고- 풀고- 와 같은 방식으로 유도해주셨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훅 내려가다가 풀면 또 둥-실 띄워주고, 훅 까지고 둥실 뜨고를 반복하며
넘실넘실 내려와 착륙했다.
기체 개는 건 아직도 어려웠다....
7회 비행
바람 방향이 바뀌어 남좌로 향했다.
남좌는 예전에 구경은 한번 했었지만, 이륙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른편으로 신대륙 착륙장이 보였다. 남좌에서 주의할 점은 전깃줄.
착륙장 앞쪽 도로를 따라 전깃줄이 있기 때문에 고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 전깃줄을 넘지 말고
그 전에 비상착륙하라고 하셨다.
나에겐 너무나도 가파른 남좌 이륙장.
그래도 산개 시 기체가 더 빨리, 그리고 쉽게 올라와줘서 좋긴 했다.
몇 걸음 안 뛰어도 이탈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뛰지 않으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 같긴해보였다.
착륙장의 무전콜을 또 내 걸로 잘못 알고 왼쪽으로 턴해서 가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 착륙장 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고 나아갔다.
이따금씩 바람 땜에 기체가 요동치는 것만 빼면 무난한 비행이었다.
착륙장에 다와서도 고도는 충분했고 전깃줄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턴 지시가 들어와야 할 것 같은데 들리지가 않았다. 무전으로 짱님께서 뭐라뭐라 하시는데
그것도 잘 들리지 않았다. 착륙장 도로 건너 논밭 위를 지날 때 쯤 짱님의 턴 지시가 들렸다.
시키는 대로 몇번 돌고, 그런식으로 8자 비행해서 고도처리해봐라 라는 말씀을 들으니까
아까 뭐라뭐라 하신게 알아서해봐라.. 이런 말씀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턴에는 익숙해 지는 것 같았다. 아직 부드럽게 턴이 이어지지 않고, 몸으로 많이 기울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겁많던 예전보다는 좀 더 과감하게 그리고 깊게 턴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체중을 실어줄 때 반대쪽 어깨끈에 걸려 몸이 더 안가는 느낌이 들었다. 스쿨에서 체크해 봐야할 것 같다.
턴 할 때 브레이크 줄도 좀 더 당겨주어도 될 것 같다. 아직도 손이 많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고도가 어느 정도 내려가고 콜을 받으며 전기줄을 넘고 지시에 따라 마지막 고도처리 후 착륙했다.
사뿐히 떨어져서 '잘 내렸네' 하며 뿌듯해 하자마자 왜 하네스에서 몸을 안빼냐고 혼났다.ㅋㅋ
까먹은채로 앉아서 사뿐히 몇번 내리다보니 벌써 습관이 되려하나보다..
나중에는 내리자마자 뛰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하니 어떤 상황에서 착륙을 하던지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하네스에서 내려 이륙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들을 해주셨다.
착륙자세 역시 처음에 습관을 잘 들여놔야한다고 하셨다.
8회 비행
두번째 비행 전에 밥을 먹었는지 두번째 비행하고 밥을 먹었는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스쿨 입교 후 처음으로 석정의 '제육볶음'을 먹고 다시 남좌 이륙장으로 향했다.
바람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륙할 때 기억은 잘 없는데 스쿨에서 비디오를 보니 이륙하자마자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
아직도 자세가 영 어설프다. 이탈 시 허리가 덜 숙여지는 것 같고 뛰는 자세도 총총 거리는게
영 어정쩡해보인다. 좀 멋있는 자세 좀 연습해봐야겠다.
역시 무난한 비행 후 착륙장 쪽으로 왔다.
짱님께서 앞에서 했던 것처럼 알아서 8자 고도처리를 해보라고 하신다.
비행시작 후 처음으로 무전에 의지하지 않고, 내 생각과 의지대로 움직여 본 것 같다.
지금까지 '귀'로 비행했다면 드디어 '머리'와 '몸'으로 비행해본 것이다.
계속 전깃줄 높이를 주시하면서 이리저리 8자를 돌아본다.
브레이크 줄을 깊이 눌러 턴을 할 때는 몸이 앞으로 좀 기울어지며 확실히 고도가 아래로 훅 까지는 게 느껴졌다.
이래서 착륙장 다 와서는 브레이크 줄로 과조작하지 말라거나, 지면에 다와서 180도 턴 하려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구나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잠깐이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는 대로 날아다녀보니 완전 재밌었다.
마지막에 무전 콜을 받으며 착륙장으로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미리 몸을 빼서 이륙자세를 잡긴했다. 그런데 예전에도 이륙자세로 착륙할 때 살짝 충격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살짝 충격이 있었다. 서서 브레이크 줄을 잡다보니 생각보다 더 일찍, 깊게 브레이크를
잡게 되는 것 같다. 이건 뭐 몇번 더 해보면서 감을 잡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9회 비행
바짝 긴장한 세번의 비행으로 컨디션이 살짝 나빠졌다. 마지막 한번 더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막판 힘을 짜내어 다시 올라갔다.
이륙준비를 하는데 짱님께서 이번에는 이륙자세가 잘 나오는지 보자시며 카메라를 드신다.
이런 목적의 촬영은 언제나 사람을 긴장시킨다 ㅋㅋ
견제확인도 좀 더 해주고 배운대로 몇발짝 더 차주며 이탈했다.
뒤에서 좋다~ 하시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싸 하며 속으로 뿌듯해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쿨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 견제를 풀고 너무 빨리 자리에 앉았다고 하셨다.
이륙 후 어느 정도 나간 후에 견제를 풀어줘야 되기도 하지만, 견제를 천천히 풀어준 후에도 좀 있다가
자리에 앉아야 된다고 하셨다. 이륙 후 붕 뜰 때, 그럴 때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하셨다.
역시 뿌듯해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ㅋ
마지막 비행은 너무나도 좋았다.
오후 4~5시쯤의 하늘은 기류가 안정되는지 굉장히 잔잔한 비행을 할 수 있고,
덕분에 평화롭게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생긴다.
게다가 딱 노을이 질 때라 주황빛, 붉은빛 하늘을 바라보며 비행을 하노라면 여기가 바로 힐링캠프다.
합천에서 첫비행 할 때도 딱 이 시간 쯤, 이런 분위기였었는데 첫비행 생각이 많이 났다.
(겨우 9회 비행에 벌써 첫비행 타령 ㅋㅋㅋㅋ)
그런데 평화도 잠시. 폭풍전야가 끝나고 무전기 폭풍이 몰아쳤다.
다만 이것은 시끄러운 폭풍 아니라 너무도 조용한 폭풍이었다.
착륙장에 다와가는데도 무전이 안들리는 것이었다!
이륙장 쪽에서는 잘 들렸기에 무전기를 안켠 게 아니라 비행 중에 잠들었거나 전지가 다 된 것 같았다.
아직 때가 아니어서 무전을 안해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지켜보는데
도로 위에 다와가도록 무전이 없어서 안되는구나 라는 걸 확신했다.
일단 무전기를 눌러서 깨워본다. 불은 들어오는 것 같고, 간간히 노이즈와 함께 짤막한 소리는 들리는데
이내 잠잠해져버린다. 몇번을 더 해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약간의 멘붕이 왔지만, 앞에서 혼자 하는 연습을 해봤기에 그냥 깔끔하게 무전을 포기하고 혼자 착륙해 보기로 한다.
8자로 고도처리를 한다. 앞에서 연습했던 덕분에 나름 할만했다.
다행히 두번 연습 후 마지막 비행에서 무전이 안됐기에 망정이지, 만약 남좌 첫비행에서 무전이 안됐었다면
제대로 멘붕이 왔을테고 전깃줄 매미가 됐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매미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고도를 좀 두고 전깃줄을 넘고 마지막 고도처리를 했다.
그런데 착륙장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이사이 넓은 틈이 잘 보이지 않아 어디에 착륙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좀 멀더라도 저 뒤에 넓은 곳에 내리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오른쪽으로 빠졌다가 마지막 왼쪽 180도턴을 하고 우턴을 하고 착륙준비를 했다.
밑에서 어느 분께서 손으로 방향지시를 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ㅎㅎ (감사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착륙지점을 정확히 잡지 못하고 컨트롤도 제대로 못한탓에
개고 있던 David의 기체를 차고 달려가며 착륙을 했다..;; (죄송합니다 ㅜㅜ)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100%를 너무 일찍 잡았다고 하셨다.
그러다보니 마지막에도 속도가 좀 빨랐던 것 같다. 역시나 이륙자세로 착륙하는게 아직 익숙치가 않은데
50%, 75% 를 적극 활용해서 속도를 많이 줄여놓고, 마지막에 100% 잡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4번 비행에 마지막 초긴장 비행까지 하고나니 거의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비행을 하니 앞으로 일주일은 거뜬히 살 수 있을 정도로 빵빵히 충전이 된 느낌이었다.
P.S. 이 날 들은 어록
"멋있는 사람이 패러 하는 게 아니라, 패러 하는 사람이 멋있는 거다."
내가 비행실력을 평가할 수준은 안되지만
현준이의 횟수에 비해 비행실력은 잘한다고 해도 누가 부정할 사람은 없을꺼야!
특히 무전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출발5점 점검은 파일럿의 기본수칙 이니까 항상 실천하면 무리없을꺼다.
마지막 어록 누가 말했는지 몰라도 정답이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