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3. 토.
- 장소 : 구지 대니산 - 풍향/풍속 : 흠; - 날씨 : 구름조금?
-기종 : 볼레로3(M) - 고도 : 398m? - 시간 : ..5분쯤?;;
4회 비행
이번 주말에는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동호인종목으로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렸다.
덕분에 집합시간은 청송대회때 보다 더욱 빨라진 6시.
전날 밤 와서 찜질방에서 머물다가 새벽에 스쿨장님 차 픽업받아서 스쿨로 왔다.
대회 장소는 우리의 홈그라운드인 구지 대니산.
천막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걸고, 착륙장 쪽 준비를 대강 마치자
짱님께서 교육생 몇명을 더미로 띄워보자고 하셨다.
허허허. 농담하시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교육생들 장비를 싣고 이륙장으로 향하신다 ㄷㄷㄷ;
(*아직 더미비행은 엄청 고급자들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박혀있음)
바람은 매우매우 좋았다. 세지도 약하지도 않고 좋다.
착륙장도 바로 보였다. 예전에 뚝방가지 못 갈 경우 빠져서 비상착륙하라고 하셨던 쪽 마을의 밭이었다.
역시 눈에 보이는 착륙장은 마음의 안정을 준다.
첫비행은 윤조누나가 하셨던것 같다. 역시 불쌍한 어린 양과 같은 교육생들을 위험에 내몰지는 않으시는
스쿨장님. 태경이형이 출발하시고 (아마도? 사실 누가 뛰었고 순서가 어떻게 되고 이런거 기억하는 거에
쥐약입니다...;;) David 출발 차례였는데 화장실 가는 바람에 급 내가 먼저 출발하게 되었다.
메기 된 이후 처음 편 기체. 비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꾸질꾸질해진 캐노피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ㅜ
드디어 이륙준비. 지난 번 메기 이후 혼자 뚝방에 앉아 고독을 씹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후로
뭔가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려니 좀 떨린다.
산개와 견제확인 후 이탈. 잘 날아간다.
무전을 듣는데 오른쪽이라는 말과 윤조누나 이름이 다급하게 들려온다.
그런데 바보같이 그 '오른쪽'이 나한테 하시는 무전이라는 생각은 하지못하고
윤조누나 정밀착륙 유도해주시는데 조정이 잘 안되시나보다..라고 착각하고
왜 바로 앉으라고 안해주시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_-;;
국장님 목소리랑 짱님 목소리 구분이 잘 안되었나보다...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냥 멍청했던 것 같다;;
처음에 착륙장까지 곧장 가면 된다고 하셔서 대강 방향을 잡고 (이미 앞으로 많이 나간 상태였겠지만) 바로 앉았다.
무전으로 오케이라는 말이 들렸고 그때부터는 내 무전이라고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시키는 대로 방향을 잡고 착륙장을 향해 곧장 내려갔다.
합천 첫비행때가 생각나는 직진 활강이었다.
착륙장에 다와가면서 콜을 받으며 방향 전환을 했다. 이렇게 멀리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착륙장을 지나
한참갔다가 시키는대로 다시 돌아서 8자 비행을 하며 착륙장 쪽으로 향했다.
지난번 메기 때 이후로 방향 전환은 좀더 과감하게 꾹꾹 눌러 해주었다.
그래도 더더 소리를 많이 들은 걸로 보아 조금은 더 몸과 팔을 실어주어도 될 것 같다.
착륙장 너머로 물이 보였다.
아 트라우마.
죽어도 저쪽은 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그래도 바람이 세지않아서인지 오늘은 턴이 잘 되어 다행이다..하는 생각을 하며 무전에 따라 착륙장으로 내려왔다.
찍기판이 보였고 한번 찍어볼까 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의도적으로 무시하려 애를 썼다.
덕분에 찍기판에서는 좀 떨어졌지만, 갈아놓은 푹신한 밭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내려와서 무전기 꺼져있었냐는 소리를 들었다. 아뇨 켜져있었는데요 라며 순진하게 대답했는데,
그 후로도 무전기 꺼져있었냐는 소리를 두세분께 더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까 그 '오른쪽'이 내 무전이었구나 하는걸.. 허허허
하늘에서 David가 내려오고 있어서 빨리 피해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허겁지겁 기체를 들고
바깥쪽으로 빠져나왔는데 덕분에 산줄이 정신없게 되었다.
착륙하면,
1. 무전으로 착륙보고부터 하고,
2. 브레이크 줄 부터 자석에 붙이고,
3. 그 다음에 라이저로부터 산줄을 정리해서 캐노피를 들고 이동하면 된다.
1번 빼면 지상훈련 때 항상 하던거였는데 자꾸 까먹는다.
패러를 시작하고 부쩍 내가 이마이 바보였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ㅋㅋ
대회가 시작되고 이륙보조와 매미구조에 녹초가 되었다.
바람이 없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매미가 되셨고, 다치기도 하셨다.
꽤나 심한 부상을 입으신 재학이형께서 다친 다리를 이끌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실 땐 그 의지가 정말 놀라웠고,
매미가 될 때 캐노피 일부가 찢어져 트럭옆 길바닥에 앉아서 하염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던 다른 팀 선수를 볼 땐 가슴이 짠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이륙하는 걸 보면서 느낀 건,
다른 사람들이 보고있거나 캐노피를 들어주고 있거나 하더라도 부담을 느끼지 말고,
뒤로 조금만 더 물러달라던지 적극적으로 요구도 하고 조금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내가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을 때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같으면 미안하고 부담되서 빨리 나가주는데 급급할 것 같은데
여유있는 선수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되었다.
그리고 나갈 때 다른 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며 나가는 분들 모습은 참 좋아보였다.
보조하는 입장에 있어보니 그 한마디가 참 크게 다가왔다.
나중에 비행에 여유가 좀 생기면 본받아야겠다.
5회 비행
대회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고, 교육생들을 포함한 몇명은 비행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몇 차례의 매미구조로 녹초가 된데다 밥도 급하게 많이 먹어 약간의 체기가 있어 비행을 할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런데 태경이형께서 나의 기체를 번쩍 들고 올라오시는 걸 보니 비행의지가 다시금 솟구쳤다 (감사합니다 ㅋㅋ)
얼른 소화시키고 비행준비.
오전에 비해 바람이 별로 없어서 좀 걱정이 됐다.
이탈시 텐션은 느끼되 최대한 견제를 덜 주고 전력으로 뛰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륙.
이륙시 초반에 견제가 풀릴 경우 매미가 되는 것을 많이 봤기에 견제를 한동안 유지해 주었다.
다행히 무사히 이륙했고, 착륙장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엔 무전에 따라 오른쪽으로 틀어서 능선을 타고 날아갔다.
오전에 비해 바람이 없어서인지 조정을 못해서인지 간간히 고도가 툭툭 떨어지는 것도 느껴졌다.
착륙장 바람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윈드쌕을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대회 후 치운 건지 정신없어서 눈에 안들어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포기하고 무전에 의지하기로 한다.
국장님의 무전지시에 따라 찍기판 근처까지 왔고, 이번엔 한번 찍어봐야지 마음을 먹고
엉덩이로 열심히 애써본다.
아쉽게도 역시 찍기판은 못밟아봤지만 오전보다는 가까이 내려온 것에 만족했다.
과녁에 신경쓰느라 착륙쯤 하네스에서 내려 이륙자세를 유지하는 걸 깜빡했다.
다음 비행시에 유념해야 할 점으로 체크.
일 도우러왔다가 생각지 못한 비행도 두번이나 하게 되어 기쁜 하루였다~!
전국체전 보조한다꼬 고생 많이 했네....
비행 하면서 나름대로 스스로 느낀점을 많이 적어보네....좋은 현상이야...ㅎㅎㅎㅎ
모르고 궁금한건 스쿨장님한테 자꾸 물어보고 하나라도 자기꺼로 만들려고 노력해라...본전 뽑아야지...ㅎㅎㅎ
ps...나한텐 묻지마라 ...내비행도 바쁘다...ㅎㅎㅎㅎ(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