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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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일지는 진작에 써뒀는데 이제야 업로드하네요; ㅎ

사건이 있던지라 이번엔 분량이 좀 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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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6. 토요일

 

- 장소 : 구지 대니산            - 풍향/풍속 : 맨날 체크해야지 하고 까먹네요;              - 날씨 : 구름조금?

-기종 : 볼레로3(M)              - 고도 : 398m?                              - 시간 : ..5분쯤?;;

 

오늘도 즐거운 토요일이 되었고, 대구로 향하려 방을 나섰다.

눈 앞에서 시내버스를 놓쳤고, 동대구행 7시 10분차는 나의 마지노선이기에 콜택시를 불러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오늘 대참사의...

 

터미널에 여유있게 도착하여 표를 끊고 김밥을 사고 승차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왠걸. 있어야 할 차는 없고 왠 교복입은 아가들이 득실거렸다.

좌석이 다차서 10분차는 벌써 출발한 모양이었고,

다음차도 탈 수 있을 지 의문인 상황.

다행히 20분 차에는 오를 수 있었고, 이것도 금방 만차가 되어 20분이 되기 전 출발을 했다.

 

두번째 복선은 차창에 떨어지던 빗방울.

기사님이 와이퍼질을 시작하시자 가슴이 철렁했다. 비는 분명 다음 주 화요일 넘어야 온댔는데...

차에서 내려서 빗방울을 맞으며 시내버스로 갈아탔고,

다행히 9시 2분전 스쿨에 세이프할 수 있었다.

 

토요일이라 역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늘 첫비행 예정인 대호형께서는 시뮬레이션에 여념이 없으셨다.

이석현팀장님께서 알려주신 팁하나는, 이륙 후 하네스에 바로 앉을 때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라는 것.

하네스 올린다고 아래를 보면 방향이 확틀어지기도 하고, 고도가 많이 침하될 수 있다고 하셨다.

지금은 거의 직활강이니 상관없지만 나중에는 초반 이륙장에서의 작은 고도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으니

제대로 된 자세를 잡아 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이셨다.

 

2회 비행

오늘의 비행장은 구지. 바람도 좋은 북좌 이륙장.

먼저들 이륙하시고, 후반에 이륙을 시작했다.

 

첫비행때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앞에서 바람이 쎄서 캐노피가 훅훅 솟는 걸 보니 더 긴장이 되었고,

구지에서는 첫비행이라 코스를 몰라 더 긴장이 되었다.

착륙장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는 게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캐노피가 빨리 올라가올 것이라 예상해서 그랬는지 캐노피가 다 올라오기도 전에 라이저를 놓치듯 놓아버렸다.

1차 산개 실패.

 

2차 산개 후 확인하고 비틀거리다가 이탈하였다. 무전지시에 따라 방향을 잡아 놓고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앉기가 힘겨웠다. 시뮬레이터에 걸어놓고 확인 좀 해봐야할 것 같다.

겨우 앉고 브레이크 줄을 잡았는데 25% 느낌이 좀 이상했다.

무전에 따라 오른쪽으로 붙이고 왼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는데 브레이크 줄이 이상해서 봤더니

이런.. 엉망으로 꼬여있었다.

단순히 줄이 말려서 땡기면 풀리는 상황이 아니라 손잡이를 놓고 사이사이로 풀어내야할 정도로 감겨있었다.

 

첫비행에 이어 두번째 식은땀이 흘렀다.

방향 조절을 못하고 있으니 짱님의 무전지시가 마구 들려왔다.

능선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은 괜찮아보여 신속하게 줄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급박한 무전을 들으며 정신없이 줄을 풀어내었다.

이제야 산줄 최종 확인을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확고히 머리에 박혔다.......

 

다행히 줄은 잘 풀려주었고, 다시 무전을 들으며 방향을 조절했다.

능선을 넘고 능선을 넘어 말씀하신 앞쪽으로 뻗은 능선같은 것이 보였다.

앞에 김쌤이 길안내(?)를 해주신게 큰 도움이 되었다.

김쌤을 따라 능선을 따라 앞으로 죽 나아갔다.

이석현팀장님의 무전지시에 따라 이동하면서 착륙장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고속도로가 보이는데 저걸 넘으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착륙장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고속도로를 넘어야 되나보다'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 전에 뚝방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나 기체가 매우 작게 보여서 찾기 힘들었던 것같다.

지시에 따라 시키는 대로 돌고, 마치 활주로 같이 뻗은 뚝방에 내려앉았다.

정풍 덕분인지 첫날보다 더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었다.

 

이번 착륙하면서 배운 건, 브레이크 줄을 조절해서 하는건 고도가 높을 때 하는 것이고,

착륙장 근처에 진입해서는 브레이크 줄은 거의 쓰지않고 50%, 100% 잡는 것정도만 하고,

방향 조절은 체중이동으로만 살살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착륙장 근처에서 과조작을 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한번 더 타자팀과 밥먹고 타자팀의 충돌이 있었으나

스쿨장님과 반장님 휘하의 밥먹고 타자팀의 다소 싱거운 승리로, 석정으로 향했다.

 

3회 비행

두번째 비행이 시작되었고, 구지로 찾아온 체험비행 손님의 텐덤과 선배님들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어 이륙장에 섰고, 이번엔 산줄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였다.

 

바람은 오전보다 좀 더 있어보였다. 해가 떠서 열이 있는 건지 그냥 바람이 센건지 아직 구분은 못하겠지만,

여튼 나가면 붕 띄워줄거라는 소리가 있었다.

산개확인 후 이탈을 할 것도 없이 몸이 붕 떠올랐다.

앞으로 나가면서도 붕붕 떠올랐다. 방향 대충 잡고 또 하네스와 씨름한 후 자리에 앉았다.

바람은 앞의 두번의 비행보다 거칠어 보였다. 기체도 많이 흔들리고

솟는 것과 떨어지는 것의 정도가 심하였다.

 

능선 두개를 어찌어찌 넘고, 타고가야할 능선에 도착하였다.

능선 뒤쪽이면 와류가 있을 것 같아 능선 살짝 앞쪽에서 따라가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능선 바로 위를 따라가면 됐을 것 같다.

능선에서 좌턴하면 되겠다 생각했지만, 좌턴이 생각보다 잘 안되었다.

결국 내가 생각한 위치보다 좀 더 밀려있었다.

어쨌든 방향은 잡았지만 이번에 문제는 바람이었다.

뭔 바람이 이리 센지 내 몸이 앞으로 나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계속 제자리에서 씨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전으로도 앞으로 진행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만세를 하고 앞으로 진행하라고 하셨다.

동시에 고도도 확확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만세도 해야되고 떨어질때 견제도 잡아줘야되고 정신없었다.

아무래도 능선에서 너무 앞으로 나온게 문제인 것 같았다.

고도를 계속 까먹으며 바람과 사투하다보니 착륙장이 보였는데,

고도가 계속 떨어지니 착륙장에 못들어갈 수도 있겠다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긴장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팀장님께서도 고도가 낮으니 앞쪽으로 착륙하자고 하셨다.

그러나 그 앞쪽을 보니 뚝방 코너길이 보였고 저기에는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무전지시에 따라 우턴을 하면서 가다가 좌턴지시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느껴졌고, 하강속도도 빨라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자꾸 이대로 돌아서 내리면 뚝방 코너에 떨어질 것 같은데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그래도 직선 길이는 충분했던 듯)

어쨌든 왼쪽으로 턴을 깊게해서 뚝방위로 방향을 잡아야했는데,

땅이 가까이 왔음에도 속도가 빨라 손이 얼었는지 어쨌는지 왼쪽 브레이크 줄을 깊게 못눌렀나보다.

당시에는 힘껏누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내 손의 위치는

 왼팔이 깊게 내려가지 않고 거의 50%수준도 못되게 있었다고했다.

그러다보니 아주 커다란 원을 그리며 좌턴을 하게 되었고, 당연히 뚝방을 슉 지나게 되었다.

뚝방을 너머서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물!!!!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멘붕 직전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왼쪽에 그렇게 넓은 땅이 있는데 물은 피했어야 하지 않냐 말씀해주셨는데,

나 역시 물론 그 생각은 하고 있었고, 어찌되든 물에는 빠지지 말자고 죽자살자(그당시에는 죽자살자라고 느꼈지만

아니었던듯 ㅜ) 왼쪽을 누르고 체중을 실어댔지만 여전히 그 큰 원을 그대로 그리며 좌턴되고 있었고,

땅과 물의 경계에서 이대로 가면 땅에는 내릴 수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이 보였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100%를 잡았고, 결국 마지막에 오른쪽으로 밀리며 물가에 떨어졌다.

아찔했다.

캐노피가 앞으로 쏟아지며 나도 앞으로 넘어졌고 물에 정면 입수했다.

앞으로 손을 짚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얕은 물이어서 바로 땅을 짚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캐노피를 끌어냈다.

 

만약 물이 조금만 더 깊어서 내 손이 땅을 치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쑤욱 빠져들어갔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물에 빠지기 직전 하네스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교육 때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하네스를 풀어야한다는

생각은 사실 들지 않았다. (물론 진짜로 빠져들어갔으면 생각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물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마지막까지도 땅에 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기 때문에

물에 빠질 경우의 대처방법은 내 머리속에서 완전히 배제된것 같았다.

 

참고로 물에 빠질 경우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들은 설명을 종합해보면,

첫째로 기공으로 물살이 들어갈 경우 글라이더가 그대로 물살에 휩쓸려 가게 되며 사람도 그대로 끌려가게 된다.

나도 일어선 후 바로 한 일이 캐노피를 건져낸 것이었지만, 보다 바람직한(?) 행동은 하네스를 벗어버리거나

비너에서 산줄을 분리시켜버리는 일이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둘째로 하네스와 함께 물에 빠지게 되면 하네스의 부력이 더 크기 때문에 하네스가 내 몸보다 위로 뜨게 된다.

당연히 몸을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숨을 못쉬게 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같이 빠졌을 경우엔 어깨끈을 풀고 물속에서 물구나무라도 서서 하네스에서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한다.

 

이제, 왜 왼쪽으로 턴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큰 원을 그리며 돌아야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로, 뱅크각이 커지는 것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땅과 가까운 상태에서 뱅크각이 커지려하니 그대로 땅에 꽂혀버릴 것 같은 생각에 머리는 왼쪽을

누르지만 무의식중에 몸은 오른쪽으로 반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둘째, 속도가 빠르면 브레이크 줄에 압력도 커지는 지 모르겠으나,

브레이크에서 느껴지는 압력으로 몇% 당겼는지를 판단해 버리면 안되는 것 같다. 손의 절대 위치가 중요한 것 같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더 안내려간다 싶을 정도로 누른 것 같았는데

손이 다 안내려갔다고 하니, 단순히 평소에 느끼던 압력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줄을 실제로 어디까지 당겼는지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셋째, 회전은 좀 더 깊고 과감(?)하게 해야한다. 뭐가 그리 겁났던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체중을 싣고, 지금보다 더 브레이크 줄을 당겨 턴을 해도 될 것 같다.

내가 이 정도면 심하게 꺾는다 생각이 들어도 아직 초보기 때문에 많이 덜 하는 것 같다.

 

넷째, 착륙 방법은 사실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피하려고만 하진 말자. 착륙할 때 이런건 안된다는 것들이 머리에 있어서

이것도 피하고 저것도 피하다 보니 물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어쩔 수 없이 배풍으로 착륙하는 경우를 만나더라도 단순히 안된다고만 생각하다 꽈당하는 것보다

땅에 닿자마자 엄청 뛰어서 착륙을 할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면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역시 무조건 안되는 것은 아닐 수 있으며, 정풍을 받으며 착륙한다면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착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올바른 착륙 조건을 찾는 것이 당연히 최선이지만, 아직은 내맘대로 컨트롤이 안되니

다른 상황을 만나게 됐을 때 어떻게 착륙할 지도 여러모로 생각해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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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ㅜ

기체 더럽혀서 죄송하구요 ㅠ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건 물에 빠져서 비행에 흥미를 잃게 되려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오히려 더 재밌어지는 것 같네요 ㅎㅎ

이상 첫 메기의 추억이었습니다-

  • ?
    때띠파파 2012.10.23 12:29

    메기의 추억은 한번으로 끝내고, 흥미를 잃지 않았다니 다행이네!

    계속 자신의 비행을 체크해나가면 발전속도를 본인 스스로도 느낄것이다.

    지금 매우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기를!

  • profile
    남선달 2012.10.23 12:41

    벌시로 물메기를 했단 말이쥐....

    난 그래도 스프린터로 바꾸고 난 다음에 물메기 했는디....음...난도 남보다 조금 나았던게 있구만..ㅎㅎㅎ

     

    아직까지는 정신도 없고 내가 뭘하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고 정신도 없을 거다....

    무전콜에 정신 바짝차리고 집중하면서 조금씩 자기만에 (이,착륙) 방법을 만들어 봐라...

    지금은 비행 햇수를 좀 채워야 할때다....열씸히!!!!!

  • profile
    야간비행 2012.10.23 21:04

    오 ~~ 간만에 생각하는 비행인 등장 벌써 이미지트레이닝이 중요하단걸 깨달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