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3. (수)
- 장소 : 합천 대암산 - 풍향/풍속 : 흠..북쪽인듯.. - 날씨 : 맑음
-기종 : 볼레로3(M) - 고도 : 591m - 시간 : ..5분쯤?;;
드디어 비행일지를 써보는 군요 ㅎㅎ 포항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썼던 비행일지 붙여넣기 합니다 ㅎㅎ
-----
오늘은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도 하늘이 열릴 날이기도 하다.
첫 비행의 설렘에 잠을 조금 설쳤다. 5시에 깨는가 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또 눈이 떠졌다.
포항 터미널에서 여느 때와 같이 치즈김밥 한줄과 그냥 김밥 한줄을 샀지만,
치즈김밥 한줄을 먹고는 긴장이 되어 나머지 한줄은 차마 먹을 수 없었다.
체할 것 같았다...
스쿨에 도착했고,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한가지 다른 점은 내가 시뮬레이터에 앉아있었다는 점.
스쿨장님께서 이륙부터 비행 중 방향 전환, 그리고 착륙에 이르기까지 시뮬레이션을 시켜주셨다.
이륙은 지상연습 했던 것과 동일했고, 주의 할 점은 제대로 착석하기 전에 반쯤 걸터앉은 상태에서
체중 이동을 통해 먼저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향을 잡고 나면 아래쪽 하네스를 당기거나
허리 바로 옆 하네스 끈 부분을 밀어내듯 하여 바로 앉아야 한다. (캐노피와 연결된 끈 부분은 잡지
않도록 주의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다른 건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바로 앉는 부분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몸을 생각보다 뒤로 더 젖힌 상태에서 하네스를 요령껏 잘 밀어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방향 조절은 크게 체중이동과 브레이크 줄 조절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건 해보니 쉽게 감이 왔다. 다만 브레이크 줄을 당겨서 할 때는 생각보다 힘을 더 주어서 깊이 당겨
주어야 했다.
모든 조작은 기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해야 한다고 하셨다.
방향 전환시에는 먼저 고개를 돌려 진행하려는 방향에 장애물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체중을 그쪽으로 싣고, 브레이크 줄을 진행하려는 방향쪽으로 50~75% 가량 당겨 주면 된다고 하셨다.
시뮬레이션을 몇차례 반복 연습하는 동안 출발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구지로 향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서 바로 합천으로 이동 결정이 났다.
그래도 지금까지 봐왔던 이륙장에서 첫 비행을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는데
새로운 비행장에 간다고 하니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풍경도 좋고, 이륙장도 더 좋다는 말씀에
조금 안심은 되었다.
기체를 매고 걸어야하는 길이 조금 더 길었다는 것만 빼면 합천 이륙장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이륙장도 더 넓직하였고, 무엇보다 탁트인 경치가 너무 좋았다. 구지 이륙장이 300여 미터인데 비해
이곳은 해발 591m로 더 높았다. 탁트인 논밭과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른 텐덤 비행을 포함해 여러 분들이 이륙하셨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종진이형님께서 몇차례 대기령을 받으셨고, 나의 첫텐덤과 첫비행도 희미해져갔다.
결국 우리는 차를 타고 하산하였고, 넓은 운동장 구령대에서 맛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늘 그렇듯 오후에는 바람이 좀 잦아 들었고, 스쿨장님께서 올라가서 텐덤하자고 하셨다.
이륙장에 오르자 바로 텐덤 비행이 준비 되었고, 몇 차례 이륙 보조를 하다가 뜰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의 바로 이륙이 시작되었다. 몸에 하네스를 장착하더니 바로 앞으로 불려갔고,
뭔가 설명을 들었고, 내 몸은 이미 하늘에 있었다. ㅋㅋㅋㅋ
스쿨장님께서 내가 가야할 코스에 대해 알려주셨다.
바람이 북풍으로 불고 있기 때문에 능선 너머로 와류가 형성되니까
골짜기 안쪽으로는 깊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능선을 넘을 수 있겠다 싶으면 바로 넘으면
되고 만약 고도가 안될 것 같다 싶으면 오른쪽으로 틀어서 낮은 쪽으로 넘어가면 된다 하셨다.
아직 고도에 대한 감이 없기에 이건 해봐야 알 것 같았다.
크게 도움이 됐던건 내 몸이 들릴 때 만세를 하고, 다시 내려올 때 혹은 내 몸이 숙여지는 것 같을 때
견제를 줘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비행을 해보니 의외로 몸이 흔들릴 때도 많았고, 무중력을 느낄 만큼 훅 떨어질 때도 있었고, 청룡열차를
타듯이 빠른 속도로 훅 진행하게 될 때도 있었다. 굉장히 다이나믹 했다.
조종줄을 넘겨 받아서는 몸이 들릴 때 만세, 숙여질 때 견제 위주로 연습을 하며 착륙장으로 향했고,
방향 조종 연습도 해보았다.
착륙장에서는 스쿨장님께서 조종해 주셨고, 어느샌가 땅에 발이 닿아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한숨 자다가 꿈을 꾸다 온듯한 기분이었다.
코스를 들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 않고 뭔가 몽롱한 기분으로 훅 지나간 느낌이었다.
첫 하늘 체험이었다.
이륙장, 착륙장 바람이 괜찮아졌는지 스쿨장님께서 차 오는 대로 바로 또 올라가라고 하셨다.
오늘 첫비행은 물건너 가는 줄 알았는데, 첫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덕선덕하였다.
그리고 다시 찾은 이륙장.
최종확인은 본인 책임이라는 말을 잊지 않고, 혼자하는 첫 비행인 만큼 장비를 꼼꼼히 챙겼다.
무릎보호대도 있어서 찼다. 손영동 팀장님께서(맞으시죠?ㅎ)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손수 무릎보호대도
쫀쫀하게 쫌매 주셨다.
천인걸 이사님께서 무전기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뭐랄까, 포근함이 많이 느껴졌다.
보호받고 있구나.. 하는 그런 느낌? 첫비행이지만 오히려 긴장이 덜 되고 든든해졌다.
손영동팀장님께서 출발 직전 해주신 여러가지 조언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무전기가 안들리면 귀를 가까이대서라도 들으려하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떠보니 소리가 잘 안들려서 가르쳐주신대로 해서 보다 잘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장에 섰다.
사실 정신이 없어 산줄 확인이고 센터확인이고 제대로 못했지만, 여러 분들께서 알아서 척척 해주셨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륙.
산개 후 확인할 때 캐노피가 치우친게 눈에 들어왔다. 그게 인식이 된다는 것 자체가 지상훈련의 힘인 것 같다.
따라가며 균형을 좀 잡은 후..라기보다는 잘 잡아주신것 같았다 ㅎㅎ 그리고 앞으로 이탈을 시작했다.
허리가 덜 숙여졌고 달리는 속도가 지상훈련 때보다 느렸다는 게 인지되었다.
이런게 인지되는 걸 보니 생각보다는 긴장이 많이 해소되었나보다.
그래도 바람이 좋아 충분히 이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고, 드디어 몸이 떴다.
몸이 뜨고 나서야 공중에서 발을 한두발짝 더 차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의미없는 에어워크를 잠깐 해주었다.
바로앉으라는 무전을 받고 자세를 고쳐앉았다. 브레이크를 놓고 앉는데 시뮬레이션 때 마냥 제대로 앉아지지가
않아 식은땀이 흘렀다. 겨우 앉고나서 브레이크 줄을 잡았다.
무전이 뭐라뭐라 오고 있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두세번째에야 잘 들리면 크게 야호를 해보라고 하신다는 걸 알았고, 시원~하게 소리를 질렀다.
좋다고 하신다.
텐덤 때에 비해 고도가 훨씬 높았다. 능선으로 바짝 붙어서 가던 것과는 달리 땅과는 한참 떨어져있었고,
바람이 잔잔한지 큰 움직임도 없었다.
착륙장 방향으로 쭉 가면 된다는 무전을 받고나서 좀 여유가 생겨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치 주변 풍광이 멈춘듯한 느낌. 이 세상의 모든 평화로움이 나에게 몰려온 듯한 느낌.
내가 날긴 날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혼자 감격했다.
캐노피를 보며 브레이크 줄이 날리는 게 뭔지 어느 정도 당기면 25% 정도인지도 확인해 보았다.
산 중턱에 산소가 보였다. 길도 없어 보이는데 성묘하려면 빡시겠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게 눈에 보일 만큼 비행은 잔잔하고 순조로웠다.
드디어 착륙장 근처에 진입하였고 스쿨장님의 무전 지도를 받으며 착륙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무전이 잘 안들려 멍때리고 있다가 나중에 알아채고 방향전환을 이리저리 따라했다.
텐덤때보다 체중 싣는게 잘 안되었고 브레이크 줄 당기는 것도 더 힘이 들어가야했다.
그래도 착륙 콜에 따라 시키시는 대로 한 결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잘하시는 분들 동영상만 봐서 아주 사뿐하게 착륙되는 줄 알았는데, 은근 충격이 느껴지긴 했다.
많은 분들이 첫비행을 축하해주셨다.
따뜻했고, 감사했고, 뿌듯했다.
ㅎㅎㅎ 1빠.... 첫비행 축하드립니다... 난도 합천서 첫비행을 했는데 ..나와는 첫비행 장소 동기? ㅎㅎㅎ 모쪼록 안전뱅 하시고 ..이륙과 착륙이 완전히 마스터 될때까지 딴생각 마시고 스쿨장님 콜만 집중하시고 좋은자세와 안전한 이착륙을 배우도록 하세요...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즐거운 빅버드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