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일지

|  회원의 비행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2016.07.15 14:20

와우! 첫 비행이닷!

조회 수 242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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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방학 때 뉴질랜드에서 스카이다이브와 행글라이딩을 체험한 후로 스스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나의 욕구와 야심은 강한 현실로 구체화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행 훈련을 시작한 회원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비행 연습이 거듭될수록 나는 좌절감에 빠졌다. 5월 28일 토요일, 명목상 계절은 아직도 봄이었지만 햇살은 더없이 따가웠고 온 몸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둑방에서의 비행 연습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평지에서의 비행과는 다르게 산개(캐노피가 머리 위에서 수평이 되는 것) 확인 후 전력질주할 때의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갑자기 치른 비행 테스트는 연습처럼 느껴져서 긴장감과 부담감, 압박감을 전혀 동반하지 않았다. 그렇게 선배 회원님들의 도움과 격려에 힙입어 테스트를 통과했다.

 

  첫 비행이다. 와우! 드디어 온전히 내 힘으로 하늘을 날겠구나. 하지만 일기 예보에서는 지루한 장마를 예견했다. 6월 초부터 시작된 장마는 거의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장마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괜찮은 날싸에 의존해서 첫 비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비가 오지 않으면 바람이 세어 첫 비행에 적합하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었고, 나의 첫 비행은 지칠 만큼 지루하게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혹자는 '오래 기다린 만큼 첫 비행은 아드레날린 퓨어'라고 했고, 혹자는 '너무 오래 기다리면 지치고 맥빠진다'라는 엇갈린 반응으로 비행에 대한 나의 끈질긴 기다림을 애타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첫 비행에 대한 설렘과 쾌감, 달콤함에 대한 반응 또한 엇갈렸다. 어떤 회원은 '처음으로 스스로 하늘을 나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앞으로의 비행을 통틀어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회원은 '첫 비행은 너무 짧아 그 순간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이 허둥지둥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말했다. 아! 어느 쪽이든 빨리 나의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설렌다. 주말 비행에 대한 기다림 때문이다. 비행 전날 밤, 꿈에서는 첫 비행할 때의 매뉴얼을 되새겼다. 솔직히, 첫 비행에서의 실패와 그로 인한 좌절보다도 매미(나무 위의 비상착륙)가 되어 선배님들에게 끼칠 민폐가 두려웠다. 아마도 첫 비행에 대한 설렘보다 더 큰 두려움이 현몽으로 바뀐 것 같았다. 7월 9일의 날씨는 장마의 범위에서 벗어나 쾌청하였고 바람도 적당한 미풍이었다. 9시 30분, 사무실의 토요 비행을 알리는 모니터 화면에는 나의 첫 비행이 언급되었다. 설렘과 두려움, 불안이 뒤섞여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구지 대니산 북쪽 이륙장에서 첫 비행 전에 사무국장님과의 탠덤 비행이 먼저 있었다. 사무국장님은 내 뒤에서 첫 비행하는 방법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몸이 공중에 뜨는가 싶더니 어느 새 우리는 옆 산등성이 위에 와 있었다. 그때부터 사무장님의 실연과 강의는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전개되었다. '절대 이 산등성이를 넘어서는 안 된다. 산등성이의 80~90% 선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비행하라. 그리고 산등성이가 끝나는 시점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라. 만약에 이 때 산등성이를 넘지 못하면 마을 쪽으로 가서 비상착륙해야 한다.' 사무장님은 잔뜩 긴장한 나에게 이완하도록 격려했고 조정관의 역할을 하도록 배려해주셨다. 사실 탬덤 비행은 그다지 편안하지 않았다. 곰곰이 되새겨보니 첫 비행에 대한 압박감으로 비행 방법과 안전한 비행을 하기 위해 사무국장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 몸에 힘을 주었던 탓이 컸다.

 

  이제 정말 첫 비행이다. 비행에 앞서 짱님은 산개 확인 후 출발하라는 사인이 떨어지면 전력질주할 것을 당부했다. 이륙 보고를 끝내고 하나, 둘, 셋의 구령에 맞추어 캐노피를 들어올렸다. 산개가 정확하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고 드디어 짱님은 내게 '뛰어라'고 명했다. 산개 후 나는 날기 위해 힘껏 달렸다. 계속 뛰었는데 어느 새 신기하게도 내 발은 공중으로 뜨고 있었다. 산등성이 쪽으로 방향을 튼 후에 짱님의 지시에 따라 발걸이에 발을 걸고 산등성이를 향해 쭉 나아갔다. 공중에 떠서 가만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두둥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산등성이를 앞두고 무전기의 신호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분명히 짱님이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짱님의 지시에 따라 '야홋'을 힘차게 외쳤다.

 

  산등성이를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착륙장에 계시는 사무장님이 무전을 해 왔다.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면서 제대로 비행을 즐겼다. '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드디어 내가 혼자 힘으로 하늘을 날고 있구나.' '그래. 넌 할 수 있어. 넌 원래 그렇게 멋있는 친구지. 내가 아는 너는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멋진 친구야.' 산등성이를 내려가는 내내 패러글라이딩을 선택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비행을 즐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몸의 쾌감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지상에서 있었던 모든 순간들을 내려놓고 그냥 그렇게 하늘에 떠 있는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 온전히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고 어느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자존감과 자부심, 긍지와 희열은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산등성이를 벗어날 즈음, 사무국장님의 지시를 받고 다시 긴장 모드로 들어갔다. 착륙이라는 또 하나의 큰 과제를 자 해결해야만 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산등성이 끝자락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하천이 있는 곳까지 앞으로 진행했다. 하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180도 방향을 꺾고 앞 쪽으로 나아가다 다시 반대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좌턴과 우턴을 다시 한 번 반복하자 어느 새 나는 착륙장의 상공에 떠 있었다. 드디어 착륙 시점이다. 사무장님은 브레이크를 점차 옆구리 쪽으로 당기라고 명령했다. 착륙할 때 달려야 한다고 들었던 나는 다리를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는 달릴 수가 없었고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착륙했다. 실수에 잠시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나의 첫 비행은 성공적이고 만족할만했다.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무국장님이 첫 비행에 대한 나 자신의 피드백을 요구했다. 착륙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자, 착륙 전의 준비 자세를 꼼꼼하게 일러 주셨다. '어깨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다리를 뒤로 약간 구부려 몸 뒤쪽으로 보내라'. 2번 째 비행은 착륙까지도 성공적이었다. 착륙장에서 사무국장님이 이륙장에 있는 짱님께 무전을 쳤다. 첫 비행은 통상 2번인데 내게 비행을 더 허락할 것인가 궁금해했다. 관례에 따라 나는 2번의 첫 비행으로 토요 비행을 마무리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는 것을 아는 나는 2번의 통상적인 첫 비행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내게 최고의 첫 비행을 선물해준 짱님과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빅버드의 한 구성원으로서 상생의 미덕을 실천하겠습니다.

 

 

  • profile
    조민경 2016.07.15 14:37

    첫뱅 축하드립니다....ㅎㅎ
    겁낼법한데 용감하게 잘 하시네요...
    중간에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더 넓은 하늘 마음껏 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비행의 짜릿함을 느꼈으니 이제 패러에서 발빼기는 힘들듯 합니다..ㅋㅋㅋ
    앞으로 20년만 더 하는걸로~~~^^ 빅버드와  함께....

  • profile
    규니 2016.07.15 14:41
    첫 비행 축하드립니다. ^^
    누구보다 열심히 지상연습 하시던데... 역시 잘하셨네요!!!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비행 생활 되세요~~~
  • profile
    지니킴 2016.07.15 16:24
    첫비행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연습한만큼 잘하셨어요! 이제 하늘에서 만나요~~
  • profile
    캡틴(윤미희) 2016.07.15 21:51
    첫 비행 축하드립니다 ! ^ ^
    "넌 원래 그렇게 멋있는 친구지"라는 문구가 특히 인상깊네요 !
    앞으로의 멋진 비행을 응원합니다 ㅎㅎㅎ
  • profile
    민규 2016.07.15 22:28
    구쌤...드디어 첫뱅을.
    축하드려요
    앞으로 안전하게 한단계 한단계 성취하시길
  • profile
    해밀인 2016.07.15 22:33
    첫비행 추카추카 드립니다.
    토요일에 참석해서 축하해 드려야 하는데 ....
    아무튼 가늘고 길게 안전하게 즐기면서 비행하는 빅버드인이 되어 봅시다.
  • profile
    남선달 2016.07.16 11:19
    드뎌 첫 비행 하셨네.....
    축하 드립니다...!!
    7월9일 첫 비행 이라...??
    내가 첫 비행 일지 올린날과 같네...ㅎㅎㅎ
    테스트 통과하고 한참 기다린것도 그렇고.....
    이륙과 착륙이 어느정도 정립이 될때까지 욕심 부리지 말고 안전뱅 하세요.....!!
  • ?
    박홍삼 2016.07.16 12:11
    구쌤....다시한번 첫 비행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긴 시간동안 기다리면서 첫 비행 하셨네여.ㅎ
    인제는 즐기면서 행복하게 비행 하세여..
    옆에서 잔소리 많이 할께여....ㅋㅋ